장세용 구미시장이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호텔 수성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 21 초청 토론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9주기 추모식(26일)과 101돌 탄신제(11월 14일)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보수와 진보 단체에서의 참석·불참을 둔 논란에 지난 16일 장 시장은 “21일 열리는 항일 독립운동가인 왕산 허위 선생 순국 110주년 추도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 탄신제 참석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지만 이날 앞당겨 자신의 결정을 알렸다.
앞서 전병억 박정희 생가보존회 이사장 등은 장 시장을 만나 추모식과 탄신제 참석을 요청했지만 장 시장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40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박정희 역사지우기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장 시장이 추모식과 탄신제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미참여연대 등 진보단체들은 “박정희 추모제와 탄신제는 박정희를 이념화하고 우상화하는 행사”라며 “특정 정파의 정치적 행사로 전락한 행사에 시장이 제사장이 되는 등 핵심적 역할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참석을 반대했다.
장 시장은 박 전 대통령 추모제와 탄신제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로 '정체성'을 들었다. 그는 “제가 이 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을 했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도 오랫동안 했다”라며 ”저의 정체성과 이 지역에서 많이 고생해온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쪽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미시장으로써 사실 21일이 왕산 허위 선생 추모제고, 거기 가서 추모제 오는 분들에게 일정한 설명을 하고, 양해를 한 번 묻고 가겠다”며 “하지만 상황이 너무 커지고, 서로 대비되는 기사가 나와 버리니까 제가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단 참석 안 하는 거로 했다. 제가 더는 이것으로 많은 분을 궁금하게 해드릴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장 시장은 “전임 시장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반신반인이라고 하고, 좌파와 전쟁을 하겠다고 한 말이 증폭됐고 그런 식으로까지 증폭시킨 것은 저에게는 상당히 부담이다”며 “전임시장도 퇴임 가까이 되어서는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고 했고, 저도 이에 동의한다. 현재로는 정쟁으로밖에 되지 않고,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 혁신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일정 동의하고, 청년 박정희에 대해서는 남자로서 공감하는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미시는 매년 10월 26일에 추모제, 11월 14일에 탄신제가 열려 김관용 전 시장 시절인 2000년부터 구미시가 생가보존회에 예산을 지원해 행사가 커지기 시작했고, 2013년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 때 남유진 당시 시장이 “박정희 대통령은 반신반인”이라는 추도사를 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올해 구미시는 생가보존회에 추모제 1,350만 원, 탄신제 5,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구미=박미희 기자 time133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