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가 감소하고 일자리까지 늘어나지 않으면서 내수 흐름이 정체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경기 하락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그나마 수출이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으로 내수 흐름은 정체되어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8월 전산업생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생산에 힘입어 광공업생산이 1.5%의 증가율을 보였다. 7월 증가율(1.3%)보다 소폭 확대됐다.
다만 서비스업생산은 보건·사회복지 부문의 큰 증가폭에도 불구하고 숙박·음식점업(-1.4%), 부동산업(-5.3%) 등에서 부진이 지속돼 전월 증가율(2.1%)보다 낮은 1.6% 증가에 그쳤다. 건설업생산도 전월에 이어 6.2% 감소하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설비투자 지수는 운송장비 증가가 두드러졌지만 기계류가 -18.1%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11.2%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지수는 지난 6월 -14.7%, 7월 -10.1%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설비투자는 8월 특수산업용 기계 수주액이 전년 동월 대비 -20.9%를 기록하고 9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과 기계류 수입액 증가율이 각각 -35.5%, -7.5%를 보이면서 앞으로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투자도 건설기성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수주도 큰 폭으로 축소되면서 감소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8월 건설기성(불변)은 7월과 동일한 -6.2%의 증가율을 보였다. 건축부문이 전월보다 감소 폭이 확대된 -7.8% 증가율을 기록했고 토목부문도 0.3%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는 건축부문과 토목부문이 모두 감소하면서 -32.1%의 증가율을 보였다.
주거 건축은 주택 착공보다 준공이 늘고 있어 지속적인 부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8월 누적 주택준공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각각 20만1000호로 확대되면서 40만1000호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주택 착공은 29만9000호에 그쳤다.
소비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 요인으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고 소비자심리지수도 101.7을 기록하며 전월(99.2)보다 소폭 상승했다. 심리지수가 기준치(100)를 상회하긴 했지만 올해 상반기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수출은 명절 연휴 이동 등 영향으로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됐다. 전월에는 8.7%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9월 수출은 -8.2%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8.3%)와 석유(13.5%)가 증가했고 나머지 대부분 품목은 감소했다. 특히 선박과 무선통신기기는 각각 -55.5%, -33.1%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재로서는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는 패턴을 보인다”면서도 “반도체 수출에 집중이 돼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출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하락 위험은 여전히 크지만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내수 지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지난달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