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태풍 '콩레이'로 쑥대밭이 된 경북지역에서 응급복구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큰 피해를 입은 포항과 영덕지역이 완전 복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피해지역 1493곳 중 87%인 1298곳의 응급복구를 마쳤다.
경북도 관계자는 “침수지역의 물 빼내기 작업이 완료되면 정확한 피해조사 후 계획을 세워 본격적인 복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잠정 집계된 피해 현황을 보면 영덕에서 1명이 숨지고 포항에서 주민 1명이 실종되는 등 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포항, 영덕, 경주에서 주택 1164동, 상가 121곳, 농경지 969ha가 침수 또는 매몰됐다. 고령, 영주, 구미의 비닐하우스 76동, 인삼재배시설 3ha, 축사 1곳이 물에 잠겼고 영덕과 포항에서 어선 17척이 피해를 입었다.
공공시설 피해도 커 포항, 영덕, 경주, 청송 등지에서 도로 58곳, 하천 17곳, 저수지 3곳, 수리시설 5곳, 어항 16곳 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도4호선인 경주시 양북면 장항면 한국수력원자력 앞 도로 250m 구간이 무너져 사흘째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영덕지역에서 328세대, 551명의 이재민이 발생, 임시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영덕군 축산면을 방문해 “응급복구비 1억4000만원을 긴급 지원하겠다”며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태풍이 물러간 지난 7일부터 공무원 734명, 군 장병 676명, 경찰 855명, 소방 216명, 자원봉사자 961명 등 3500여명이 투입돼 물 퍼내기 등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현장응급진료소 3곳에서 54명의 의료진이 활동 중이며 삼성, LG, 대우 등에서 29명의 기술자가 가전제품을 무상 수리하고 있다.
한편, 태풍 ‘콩레이’ 피해를 입은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전통시장 상인들을 돕기 위한 손길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지만 워낙 피해 규모가 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구시장에는 경찰, 군 장병, 적십자사, 한전, 자원봉사자 등이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정작 이재민들의 집에 도배와 전기시공을 해줄 기술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밥집을 하는 상인은 “물이 방 천장까지 차올라 냉장고, 가스레인지, 이불, 옷가지 등이 흙탕물에 젖어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물은 빠졌지만 가게와 방 곳곳에서 심한 악취가 나고 벽에는 곰팡이가 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임시대피소 생활이 곰팡이 냄새가 나는 집보다 편하겠느냐”며 "하루빨리 귀가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했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상인은 “가게 안에 있던 모든 물건이 못쓰게 됐다. 다시 일어서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흙탕물로 뒤덮힌 가게 내부를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반찬 가게를 하는 상인도 “당장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며 “다시 장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세간살이와 물건이 모두 떠내려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영덕군 관계자는 “우선 강구시장 안팎에 쌓인 토사와 쓰레기 더미를 치운 후 정확한 피해상황을 집계해 이재민들이 다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재난재해자원봉사 SOS지원시스템을 가동한 대구시와 경북도는 자원봉사자와 복구인력 600여명, 살수차와 덤프트럭, 굴착기, 지게차 등을 태풍 피해지역에 투입해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문봉현·김승건 기자 seunggeon414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