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8%로 낮추면서 연초 3%대 성장경로 유지를 목표하던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세계경제가 3% 후반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선진국은 기존 성장률 전망을 유지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투자부진과 무역갈등을 비롯해 작년 말부터 가시화한 우리 경제의 취약요인을 올 하반기에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IMF는 9일(현지시간) 오전 발간한 ‘2019년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10월호’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이같이 예상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올해보다 하향 조정폭이 더욱 큰 2.6%일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 전망치는 2.9%였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기존보다 0.2%포인트(p) 낮은 3.7%로 예측됐지만, 여전히 작년 성장률(3.7%)과 같은 수준의 전망치로 선방했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국가 분류인 선진국의 경우 7월 세계경제전망에서 나온 2.4% 전망치를 유지했다.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가 낮아진 원인으로는 미중 관세전쟁으로 대표되는 무역갈등이 지목됐다.
IMF는 보고서에서 “호주와 한국의 2019년 성장 전망이 올 4월에 비해 하향 조정된 것은 최근 나온 무역조치의 부정적인 효과가 부분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과 다수의 아시아 국가는 내년에 다소 미약한 성장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미국이 최근 대중수입에 대해 발표한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등 무역조치의 여파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출중심 경제를 보유한 한국은 특히 수출입 의존도가 큰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면서 경제성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 교수는 “이번 전망은 상당히 보수적인 수치라고 봐야 한다”며 “미중갈등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을 반영했을 텐데, 향후 양국관계가 더 험악해진다면 그 파급효과가 IMF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여기에 투자부진, 고용재난 등 국내요인이 겹치면서 선진국 가운데서도 큰 폭의 하향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부정적 국내요인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투자와 고용부진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보고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러한 하향 전망은 투자나 고용부진 등 국내요인도 감안한 결과"라며 “이 외에 높은 부채비율 등도 고려해 전망치를 수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금껏 발표된 관련 지표를 보면, 지난 2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투자부진이 3분기에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내수경기를 이끄는 건설투자는 건설기성액이 7~8월 각각 전년동월대비 6.2% 감소하며 7개월 연속 감소를 이어갔다. 미래성장의 기초가 되는 설비투자는 8월 1.4% 감소로 반년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고용악화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7월 취업자 수 증가는 5000명이며 8월은 3000명이다. 작년부터 올 1월까지 30만명대를 전전하던 증가폭이 2~6월 10만명대를 가까스로 유지하더니 1만명 선마저 붕괴된 것이다. 이러한 고용부진은 가계의 소득감소로 이어져 내수 회복세 둔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IMF는 한국의 재정·통화 정책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중기 전망은 정부가 발표한 중기적인 공공지출 경로를 반영하고 있다”며 “통화정책도 시장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