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범슨' 김학범 감독(58)과 '쌀딩크' 박항서 감독(59)이 아시아 무대에서 지략 대결을 펼친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인 만큼 두 지도자 모두 물러날 수 없는 한 판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2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두 팀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한국인 출신 지도자들의 대결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한국인 지도자들은 태권도, 양궁 등에서 맞붙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흔치 않았다.
이번에 격돌하는 김학범 감독과 박항서 감독은 과거 K리그에서 상대한 경험이 있다. 김학범 감독은 성남 일화와 강원FC, 성남FC를 이끌고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를 맡았던 박항서 감독과 리그에서 총 10번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에는 김학범 감독이 8승1무1패로 압도적으로 앞섰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학범 감독의 압도적인 승리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0월부터 베트남을 맡아 오랜 시간 선수들을 이끌면서 조직력을 끌어 올렸다. 지난 1월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때론 엄하고 때론 친근하게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박항서 감독의 '파파 리더십'으로 비교적 약체로 평가됐던 베트남은 5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이어가면서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반면 김학범 감독은 지난 2월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까지 제대로 된 평가전도 치르지 못하는 등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이런 영향 탓인지 한국은 말레이이사이에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고 키르기스스탄에 겨우 1-0으로 이겼다.
경기를 치르면서 대표팀은 경기력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이란과의 16강전에서 한국은 공수에서 균형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2-0 승리를 거뒀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수비에서 불안함을 노출했지만 공격력으로 이를 만회, 4-3으로 웃었다.
김학범 감독의 공이 크다. 지략가로 평가받는 김 감독은 상대 분석에 일가견이 있다. 또한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잘 하는 지도자다. 이로 인해 팬들은 김학범 감독에게 '학범슨'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이름에서 나온 별명이다.
두 한국인 지도자들의 대결을 앞두고 김학범 감독은 "대단하다. 박항서 감독이 좋은 팀을 만들었다. 안정적인 경기를 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박항서 감독은 "김학범 감독은 K리그에서 오랜 경험을 했고 학범슨이라고 할 정도의 지략가"라며 "K리그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료로서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기대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