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임 뢰브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오자 독일 기자들은 앞 다퉈 손을 들었다. 거의 청문회장 분위기였다. 뢰브 감독은 "내 스스로도 실망스럽고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말로 충격을 설명했다. 한국에게 0-2로 패해 80년 만에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독일은 지금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7일 밤11시(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펼쳐진 독일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김영권과 손흥민의 릴레이포를 묶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2패(승점3·골득실0)로 독일(1승2패·골득실-2)을 골득실에서 앞서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대회 챔피언 독일은 한국에게 패하면서 최하위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독일이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것은 1938년 대회 이후 80년 만이다.
경기 후 뢰브 감독은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실망이 크다. 토너먼트 진출을 원하지 않은 게 아니라 우리 실력이 부족했다"고 말한 뒤 "60~70분 지났을 때 스웨덴이 멕시코 이기고 있다는 것 알았고 그래서 보다 강하게 압박해야한다고 생각했으나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지 못했다. 결정력도 부족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솔직히 한국을 이기지 못한 것은 쇼크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부담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스웨덴전도 잘 못했기 때문에 압력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충격적이다. 지금 너무 실망스러운 상태라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은 이길만한 기량을 보였다고 인정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의 예상대로 나왔다. 수비를 단단히 하다가 빠른 역습을 도모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다. 한국이 계속해서 전진하면서 공격했고 빈 공간이 없었다. 정말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종료 직전에 또 골을 넣었을 정도로 잘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비록 이번 대회를 아쉽게 마감했으나 이것이 암흑기를 알리는 신호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암흑기라는 말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0년에서 12년 동안 꾸준히 잘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정상에 올랐다"고 반박한 뒤 "이번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우리에게는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말로 미래가 어두운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