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애가 타는 사람은 감독이다. 신태용(48) 감독과 요아힘 뢰브(58) 감독이 벼랑 끝에서 지략 대결을 펼친다.
한국과 독일은 27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예선 최종 3차전을 치른다. 두 팀, 두 감독 모두 승리가 필요하다.
한국은 2패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독일에 승리한 후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준다면 기적적으로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1승1패를 기록 중인 독일도 느긋한 편은 아니다. 만에 하나 한국에게 덜미를 잡힌다면 16강 진출이 좌절될 가능성이 커진다. 비기더라도 위험하다. 독일 역시 한국을 최대한 큰 점수 차로 꺾어야 한다.
기본적인 전력 차는 분명하다. FIFA 랭킹 1위이자 지난 월드컵 챔피언 독일이 한국 보다 한 수 위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32개국 중 약체로 분류된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한국은 핵심 선수들이 하나 둘 전열을 이탈했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신태용 감독은 주전 박주호와 기성용이 부상으로 독일전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들이 나설 수 없는 게 오히려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단단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역시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겠다는 각오로 한국전을 기다린다. 독일은 한국과 반대로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마츠 훔멜스와 세바스티안 루디의 경기 출전이 가능해졌다.
뢰브 감독은 "분석은 끝났다. 한국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방심하지 않고 한국을 월드컵 2연패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 사령탑은 정반대의 현역 시절을 보냈다. 신태용 감독이 K리그 득점왕과 MVP, 국가대표 등으로 승승장구한 반면 뢰브 감독은 무명에 국가대표 경력도 없다.
그러나 지도자의 길로 접어든 뒤로는 뢰브 감독이 신태용 감독보다 훨씬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월드컵 경험에서도 차이가 크다.
뢰브 감독은 2006년 월드컵이 끝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으로 독일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10년 남아공 대회(3위), 2014년 브라질 대회(우승)에 이어 3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앞선 두 차례 월드컵에서는 성과도 뚜렷했다.
반대로 신태용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처음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본선행 티켓을 따내는 과정부터 본선에서 2패를 당하기까지 경기력이 시원치 않아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뢰브 감독은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한다. 만약 이번에도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면 브라질(1958년 스웨덴, 1962년 칠레) 이후 56년만에 2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첫 승을 노린다. 마지막 독일전에서도 패한다면 3패로 자신의 첫 월드컵을 마감해야 해며,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3패를 당한 대표팀의 사령탑이라는 불명예를 안는다. 최소한 비기기라도 해 승점을 얻어낼 필요가 있다.
두 감독의 전술 대결이 관심을 모은다. 다득점을 노리는 뢰브 감독은 조별리그 앞선 2경기보다 선수들을 전진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을 앞세워 역습을 펼쳐야 하는 신태용 감독이 독일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용병술로도 두 사령탑은 비교 대상이 됐다.
뢰브 감독은 멕시코전 0-1 패배 이후 자신이 총애하는 메수트 외질을 스웨덴전에 출전시키지 않으며 2-1 역전승을 낚았다. 외질이 첫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전 0-1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장현수를 멕시코전(1-2 패)에도 중용했고, 장현수는 핸드볼 파울을 범해 선제골로 이어진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장현수의 출전 여부는 독일전의 뜨거운 감자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