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온통 상처투성이지만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희박한 확률이나 아직 가능성도 살아 있다. 신태용 감독은 "1%의 가능성이라도 존재하면 도전하는 것이 스포츠"라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 외침을 따라 선수들도 다시 축구화 끈을 조여 맸다.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 중인 대표팀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경기를 앞두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27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는 밤 11시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지난 대회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치른다. 16강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확률적으로는 F조 4개팀 중에서 가장 불리한 입장인 사실이다. 결과를 떠나 모든 것을 짜내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할 경기다.
대표팀은 25일 오후 4시50분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독일전을 대비한 전술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을 끝으로 대표팀은 베이스캠프 일정을 마치고 이튿날인 26일 오전 전세기에 올라 결전의 땅 카잔으로 향한다.
여러모로 우울한 상황이다. 2연패에 빠진 팀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게다 부상자도 발생했다. 그것도 전력의 핵심이 쓰러졌다. 캡틴이자 전술의 핵인 기성용이 멕시코전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해 독일전에 나설 수 없다. 기성용은 2주 진단을 받았다.
모든 전력을 쏟아도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는 최강과의 경기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엎친 데 덮쳐 수비라인의 기둥인 장현수는 잇따른 실수로 팬들의 심한 질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럴수록 힘을 내야한다고 정신무장을 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미드필더 주세종은 "성용이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다. 정신적으로나 경기력적인 측면 모두 중요한 선수"라고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그러나 성용이형이 경기에 나갈 수 없다고 해도 경기는 해야 한다.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피력했다.
대표팀 초짜인 문선민 역시 "독일과 싸운다는 게 부담이 없진 않으나 걱정을 하면 계속 걱정만 하게 된다. 최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려 한다. 디펜딩 챔프랑 붙어보는 자체로도 기쁜 일이다. 좋은 선수들이랑 대결할 수 있다는 것을 재밌게 여길 것"이라는 당당한 각오를 전했다.
이날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는 오랜만에 23명 전원이 함께 했다. 스웨덴전에서 쓰러진 박주호, 멕시코전에서 부상 당한 기성용 등 두 형님들도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훈련장을 찾았다.
대표팀 관계자는 "기성용과 박주호 모두 아직은 걷는 것도 불편할 정도의 몸 상태다. 하지만 호텔에 그냥 있는 게 더 불편하다며 훈련장으로 나왔다.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함께 했다"며 "오랜만에 23명이 다 모였다"고 전했다.
신태용 감독은 전날 "기성용과 박주호가 빠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나설 수 없는 게 오히려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단단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팀에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는, 이렇게 '똘똘 뭉치는 것' 밖에는 없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