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비가 내리던 24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대표팀은 전날 로스토프나노두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펼쳐진 멕시코와의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그날 오후 11시 전세기를 타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을씨년스럽던 날씨처럼, 대표팀 분위기가 그랬다. 대표팀은 스웨덴과의 1차전 0-1 패배에 이어 멕시코에게도 덜미를 잡히면서 2패에 빠졌다. 사실상 16강 탈락 흐름이었는데 반전이 펼쳐졌다. 한국과 멕시코전 다음에 열린 독일과 스웨덴의 F조 또 다른 경기에서 독일이 종료직전 극적인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한국도 기사회생했다.
이날 훈련장에서 만난 신태용 감독은 "그래도 희망이 생겼지 않는가. 1%라도 희망이 있으니 우리는 도전해야한다"면서 "쉽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이기기 위한 모든 것을 동원할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구구절절 설명할 것 없이 최종전이니 다 쏟아야한다. 그런데 비보가 들려왔다.
캡틴이자 전술의 구심점인 기성용이 멕시코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독일전에 결장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병원을 찾아 MRI 검사를 받았다. 왼쪽 종아리에 부상을 입었는데 검진 결과 종아리 염좌로 판명됐다 종아리 근육이 늘어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한 뒤 "2주 진단을 받았기에 독일전은 못 뛴다"고 설명했다.
한국으로서는 팀 내 전술적 핵을 빼고서 최강 독일을 상대하는 꼴이 됐다. 언제나 당당한 자신감을 말하던 신태용 감독도 "솔직히, 기성용이 못 뛰는 것은 고민스럽다"면서 "전술적인 역할은 물론이고 팀의 주장으로 정신적인 지주역할까지 해줬는데 그가 빠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결국 독일전의 1차 관전 포인트는 기성용의 빈자리를 누가 그리고 어떻게 매울 것인가에 맞춰진다. 사실 '대체불가' 자원에 가까운 인물이라 대안이 마땅치 않다. 앞선 1, 2차전만 보더라도 그렇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기성용은 후방의 프리롤 같은 임무를 소화했다. 상대의 높이가 워낙 좋기에 기성용이 밑으로 내려가 다양하게 움직이며 궂은일을 맡았다. 멕시코전에서도 기성용이 전술 변화의 키였다. 기성용이 다소 전진하면 4-4-2, 상대가 공격할 때면 기성용이 낮은 위치로 내려가며 4-1-4-1이 되는 식이었다.
이런 변속기어가 빠진다는 것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유럽파 없이 치른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에서 중심을 잡았던 정우영 등 중앙MF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어쨌든 신 감독으로서는 고민이 많을 상황이다. 정우영과 주세종 등 이미 본선 무대를 밟은 이들이 나서 무난한 형태를 만들 수도 있고, 지금껏 쓰지 않았던 고요한을 깜짝 카드로 등장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기성용 그리고 박주호가 부상으로 빠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나설 수 없는 게 오히려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단단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팀에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금으로서는 그런 방향을 바랄 수밖에 없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