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신이 자주 지나던 밤거리를 걸어가는데 고장으로 방치된 가로등을 봤다고 하자. 그런데 그 다음날에도 고장 난 가로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그 지역주민이나 관리인이 이 가로등에 대해 별로 애착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마저 이런 상황을 방관해도 어느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들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된다면 어둡고 불안한 상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다.
깨진 유리창 개념은 원래 범죄 현상을 다루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1982년에 만든 개념이다. 그 한 예를 보면, 1980년대 중반에 미국의 뉴욕시는 급속도로 빈민굴처럼 변질됐는데 시 정부와 경찰이 이를 보면서도 방치했기 때문이다. 뉴욕시 길거리는 지저분한 낙서투성이였고 지하철은 위험할 정도로 더러워서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1995년에 뉴욕시장에 취임한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뉴욕시의 정화작업에 돌입했다. 먼저 뉴욕시 주요 거점에 CCTV를 설치해 낙서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했다. 또 지하철 내부 벽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범죄를 집중 단속하기 시작했다. 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한 뉴욕 시민들은 자신들의 과거 행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주위 환경이 전체적으로 더럽다면 사람들은 오물을 쉽게 버린다. 하지만 주위가 깨끗할 때에는 그러지 못한다. 자신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 의해 쉽게 들통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설득력 있는 깨진 유리창 논리는 일반 사회현상의 여러 분야에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원이나 주택가 후미진 곳에 보안등이 없다면 그곳에 가기를 꺼린다. 그리고 그곳에선 범죄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따라서 그 지역의 주민들은 그런 곳의 출입을 자제하게 될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타 지역의 주민들은 이 지역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낯선 외국인들은 그 지역의 치안상황을 보고 그 나라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따라서 경찰은 평온한 치안유지를 위한 치안활동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문경지역의 가로등은 빛난다. 이는 지역경찰과 주민들의 관심으로 고장 나거나 신규 설치가 필요한 곳을 발굴해 행정기관과 협업치안을 통해 개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마을 입구 및 주요지점에 촘촘하게 CCTV설치하고 이를 관할 파출소에서 통합 관리하는 이지스(Aegis) 방범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곧 시민들의 행복으로 귀결된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는 100-1=0이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전체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다소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편으로 사소하지만 사려 깊은 배려를 통해 100+1=200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