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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비행청소년 상담, ‘나누기’ & ‘찍어주기’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05.10 18:59 수정 2018.05.10 18:59

청소년 본드 흡입, 편의점 침입절도, 무면허 음주운전, 집단폭행…. 듣기만 해도 무서운 행동의 주인공들은 내가 경찰서에서 만난 청소년들이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덕분에 아이들 곁에서 일할 기회가 많았다.
나의 상담고객은 주로 거친 아이들이었지만 아이들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 듣는 일이 좋아 학교전담경찰관이 되었다.  특수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다년간 상담하다 보니 나름의 상담 철학도 생겼다.
상담은 기본적으로 ‘나누기’이다. 사람들은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삶’이라는 문장을 써내려 간다. 누군가는 한 때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해 아픈 문장을 반복적으로 쓰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무런 문장도 쓰지 못하고 정체한다. 상담은 이런 문장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슬픈 문장에 같이 울기도 하고, 다시 잘해보자고 격려하며 펜을 쥐어주기도 한다. 나누기를 다른 말로 공감이라고 하는데 상담의 대전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찰단계에서 만나는 청소년 상담은 좀 다르다. 소위 소년범, 비행청소년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써 내려간 문장은 서툴고, 아슬아슬하며 문법적 오류투성이다. 그들의 비행을 온전히 공감하기도 힘들지만 도와준답시고 훈계하면 더 반항할 뿐이다. 이런 청소년들을 상담할 땐 ‘나누기’보다 ‘마침표 찍어주기’가 중요하다.
청소년을 선도하여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과거의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고 끝내는 과정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야 무엇을 고쳐야 할지를 안다. 인정은 모든 선도의 시작이다.
나는 이 과정을 ‘마침표 찍는다’라고 표현한다. 최소한 경찰단계에서 만나는 청소년 상담은 경청과 공감보다도 인정에 더 집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과정이 없다면 상담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지루한 잔소리일 뿐이고 선도란 불가능하다.
나는 마침표를 잘 찍어주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 아이들의 문장을 세심하게 읽어 적절한 시점에 마침표를 찍어주고 아이들이 보다 더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을 만난다.

▲ 박 주 은 순경 / 문경경찰서 여성청소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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