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필자는 곤충을 최대한 빨리, 더 많이 없애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식량작물인 벼의 수량을 늘리고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벼를 괴롭히는 곤충의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식물을 중심에 두고 곤충과 인간이 먹이를 나눠야 하는 관점에서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곤충을 우리는 ‘해충(害蟲)’이라 부른다.
지난 2월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았다. 농업생물부는 꿀벌, 누에처럼 사람에게 이로운 곤충인 ‘익충(益蟲)’을 주로 연구하는 부서다. 업무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고소애’라고 불리는 갈색유충과 첫 대면했다.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연구를 거듭하여 식품원료로 등록하고 다양한 음식 조리법까지 개발한 연구원들을 생각했다. 용기를 내어 입 안 가득 ‘고소애’를 넣었다.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농촌진흥청은 몇 해 전부터 곤충을 식품원료로 등록하고, 등록된 식용곤충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해왔다. 민간과 한방에서 곤충을 식용해 온 사례는 많으나 이전까지 식품원료로 등록돼 있는 곤충은 누에, 안주로 인기 있는 벼메뚜기와 한방에서 약재로 활용되는 백강잠 등 단 3종에 불과했다. 곤충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해 연구를 거듭한 결과, 2016년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쌍별귀뚜라미까지 4종의 곤충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등록했다.
이후 선입견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국민 제안공모를 거쳐 갈색거저리 유충은 ‘고소애’,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은 ‘꽃벵이’, 장수풍뎅이 유충은 ‘장수애’, 쌍별귀뚜라미는 ‘쌍별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또한 국민과 식용곤충 사이의 거리를 좁혀 보기 위해 매년 ‘식용곤충 페스티벌’을 열린다. 소비자를 비롯해 영양사, 요리사, 곤충을 사육하는 농업인들이 참여해 곤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보여준다. 올해는 오는 25일 서울 국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곤충의 몸은 사람에게 유익한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고단백, 저지방’이라는 식용곤충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수술 후 환자를 위한 푸딩타입의 영양식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다이어트를 위한 식용곤충 에너지바를 비롯해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쿠키까지 다양한 식용곤충식품이 개발됐다. 무엇보다 안심인 것은 식용곤충 생산에서부터 농촌진흥청 기술이 지원돼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 본 사람은 없는 것’이 바로 식용곤충이 아닐까.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해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에 대한 대가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맛, 그리고 꽉 찬 건강이다. 이제 시작이라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지만 식용곤충이 국민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날을 위해 오늘도 고소애를 입 안으로 모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