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는 한반도에 위기가 매우 만연했다. 북미 양국은 상호 간 긴장국면을 매우 드높이는 분위기였다. 작년 4월 미국의 대북정책 리뷰가 끝난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제재에 기반한 외교적 해법 중심이었다.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이었다. 그러나 이후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에서 개입(engagement)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게 됐다.
개입은 대북정책의 수단이 아닌 목적이 돼버렸고, 압박(pressure)수단은 군사적 옵션으로까지 발전했다. 실제로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매우 자제되고 점잖은 어투로 전달된 연설이었지만, 내용은 북한정권을 도덕적으로 타락(depraved character)했다고 규정하면서 오토 웜비어와 탈북자 지성호씨 사례를 언급했고, 북한이 개발하는 장거리핵미사일의 미국본토에 대한 위협을 강조했다.
미국의 군사옵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0월 대북군사옵션 리뷰 지시, 4월 리뷰가 끝날 예정이다.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은 낮으나, 적어도 사용할 군사옵션이 준비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소위 ‘코피터뜨리기(bloody nose) 전략’은 제한적 선제타격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핵미사일 개발을 막겠다는 것이며 동시에 강력한 전략자산을 동원해 북한의 군사적 보복까지 억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대북 군사옵션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의 로스엔젤레스를 위협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게 될 것이며 한국 역시 북한의 남침에 노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제임스 리시 미 상원위원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북한에 대한 제한적 선제타격 구상인 ‘코피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이는 “문명사상 가장 재앙적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나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계기로 대화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남북한 간 교류협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1960년대 중국은 핵실험을 단행하고 구 소련과의 대화에 적극적이었다. 핵무력건설을 완성한 김정은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오게 된 것은 한국정부의 적극적 중재노력과 미국의 대북 재제 때문이었다. 미국은 강한 제재를 통해 북한경제를 고사시키겠다는 입장이었으며, 군사옵션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면서 북한에게 체제붕괴의 위험을 느끼게 했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게 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재와 압박 속에서 김정은의 인식변화가 있을 수 있다. 병진노선은 핵무력건설 완성을 통해 인민들의 경제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강력한 제재로 인해 이 같은 목적이 힘들어지고 있다. 서구사회를 경험한 김정은은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만들고 싶어하며, 이를 위해 핵폐기라는 정책적 방향성을 선택했을 수 있다. 그러나 신중론은 남북한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북미대화라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과 함께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을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북미대화를 성사시킨 게 아니냐는 것이다. 즉, 비핵화보다는 남북정상회담이 목표라는 것이다.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먼저 미국의 대북정책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핵폐기(CVID)이다.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폐기에 만족하고 북한핵은 인정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핵확산(nuclear proliferation)대한 우려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핵 동결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핵폐기를 정책적 목표로 분명히 할 것이다.
미국의 강경 정책라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던포드 합참의장, 매튜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 등은 매우 강경한 인사들이다. 실제로 군사적 옵션을 주장한 인사들이다. 또 최근 틸러슨 국무장관이 폼페오 CIA국장으로 교체된 사실은 미국의 정책라인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향후 북미대화에서 미국은 북한비핵화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강경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이며, 북한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다. 북미 간 실무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은 과거보다 더 강경하게 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을 인식하고 북미 간 실무대화의 지속적 전개를 위한 한국의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