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멀리 떨어져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가족, 친척들을 만나 세배를 드리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어 먹고 준비한 정성스러운 선물도 드린다. 가족 간의 선물은 보기에도 아름답기만 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공직자 등인 경우에는 어떠한가. 먼저 직무관련성과 제공목적을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김영란법이라 부르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탁금지법에서는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 유무에 상관없이 공직자 등에게 5만원(농축산물 10만원)이 넘는 선물제공을 금지한다. 이런 점에서 청탁금지법이 형법상 뇌물죄의 보충적 성격을 가진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단돈 몇 만원이 뇌물이 되는 반면, 수 천 만원이 선물이 되는 것처럼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래도, 법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뇌물죄의 기준은 대가성과 평소 친분관계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2호에서는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 목적이 있는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는 공직자 등에게 5만원 이하의 선물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단이유 중 하나인 '평소 친분관계가 있고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와 일맥상통한다.
청탁금지법 관련 판례의 쟁점도 제공 목적이었다. 행정심판 피청구인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2명이 행정심판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10,800원 상당의 음료수를 제공한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는 허용되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태료 2만2000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설명 자료에 따르더라도 인·허가, 지도·단속, 고소·고발 업무 관련자들 상호간에는 선물이 금지된다.
공직자 등에게 설 연휴 선물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공 목적과 선물가액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어느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처벌대상이다. 두 가지 요건 중 선물가액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제공 목적은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도 주는 사람과 받은 사람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직자 등에게 선물을 주면서 뭔가를 바라고 받은 공직자가 부담감을 느낀다면 대가성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대가성 없는 선물은 없는 것이다.
우리 소방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직업중의 하나다. 드러나는 양심은 챙기되 드러나지 않는 양심을 외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속이는 행동이 쌓이다 보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당당함이 사라지고 업무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기 마련이다. 그럴 땐 자신이 입고 있는 때 묻은 방화복을 보면서 청렴한 공직자로서 초심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