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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초한전' 헌재의 최후 판결 받겠다

김경태 기자 입력 2024.12.16 11:44 수정 2024.12.16 12:39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초한전(War Beyond Limits)은 한계와 경계를 초월하는 전쟁을 뜻한다. 1999년 중국의 공군대령 챠오량과 왕샹수이가 미래 전쟁의 새로운 추세에 관해 기술한 책이다. 미국의 걸프전, 1차 2차 세계대전, 중국과 미국의 분쟁, 고금의 모든 병서를 참고해 저작했다. 이 책은 9개 국어로 번역되면서 미국과 서방을 놀라게 했다. 더욱 중국이 미국과 전쟁해서 이기는 전략을 연상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육군과 해군 사관학교에서 다영역 작전의 추진 배경을 연구하기 위한 교육생의 필독서와 교재가 됐다.

20세기에 있었던 세계 대전이나 6.25 전쟁은 군사력에 의한 지상전 위주 전쟁이였다. 그러나 21세기는 9.11테러 이후 무력과 비무력, 군사와 비군사, 정규와 비정규 그리고 살상과 비살상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된다. 미래 전쟁 양상은 초국가, 초영역, 초수단, 초단계의 조합이 강조되며 전쟁의 원칙으로 전방위, 공시성, 유한 목표, 무한 수단, 불균형, 최소비용, 다차원 협력과 전과정 조정 통제를 꼽는다. 초한전 책에는 24가지의 전법이 있다. 군사분야 8개(원자전, 재래전, 생화학전, 생태전, 우주전, 전자전, 유격전, 테러전), 초군사분야 8개(외교전, 사이버전, 정보전, 심리전, 기술전, 밀수전, 마약전, 가상전), 비군사분야 8개(금융전, 무역전, 자원전, 경제원조전, 법률전, 제재전, 언론전, 이데오르기전)가 있다.

앞으로 전쟁은 병사, 부대와 군사 위주 전쟁에서 정치, 과학과 금융 등 다양한 차원의 수단이 참여하는 전쟁 양상으로 바뀐다. 이미 피를 흘리는 전쟁, 비합법적 전쟁을 하면서도 피흘리지않는 분야에서 합법을 가장한 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시적 바이러스 전쟁과 거시적 우주전쟁, 미사일 핵전쟁과 방어망을 무색케 하는 드론 전쟁, 사이버 핵킹 전쟁과 마약 침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이정곤 박사는 "농업시대를 대표하는 전략서로는 손자병법이 있고, 자본시대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있으며, 21세기에는 초한전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초한전에 근거해 보면 약자가 강자를 이길려면 전투의 3요인인 시간, 공간과 전투력을 잘 활용하되, 약자는 시간을 끌어야 하고 세력을 분산해야 하며, 전투력은 균형이 잡힐때까지 비대칭 수단을 택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세계 전선에서 적극적으로 초한전을 구사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대통령실에서도 고도화되는 미래전에서 초한전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외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권이 임기 후반을 넘어가면서 참으로 어려운 위기에 처했다. 야당의 특검법 공세와 국무위원과 검사 탄핵, 국정 마비, 예산 삭감 등에 대한 대책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계엄 해제 가결로 계엄을 해제했다.

이를 두고 야당과 시민이 시위를 하며 대통령 직무 중지와 하야를 외치고 내란죄를 지었다고 국회에서 탄핵을 추진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며 야당의 의회 폭거와 선관위 부정에 대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통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제2차 탄핵 소추안은 여당 의원 13명의 당론 이탈 지지로 과반수가 넘는 204표로 통과됐다. 바로 대통령 직위는 유지되나 업무 수행은 중지되며, 헌법재판소에서는 180일 내에 대통령 탄핵 판결을 내야하고 인용 판결이 나면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한다.

헌재에서 만약 기각이 되면 대통령은 정상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그간 업무는 국무총리가 대행 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초한전을 읽어 보지 않았을가. 외교전이나 대북전에도 무력은 최후의 방어적인 전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야당과 대결도 전략적으로 판단한다면 화가 난다고 바로 칼을 빼들 일이 아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전략은 복장이 터지고, 창자가 뒤틀려도 시간을 끌줄 알아야 한다.

공격도 다양하게 전개하고 비대칭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대의 강점은 피하면서 약점을 파고 들고, 상대의 합법을 가장한 공격을 분쇄 할 전법을 찾고, 노골적 정면 공격을 자재하고 위장 공격도 하고 비군사적 언론과 문화, 가상과 상징 전략으로 인내하면서 대응해 가면 된다. 대통령실의 그 많은 직원을 초한전 병력으로 활용한다면 사법적 혐의로 감옥에 갈지 모르는 개딸 아버지를 힘들게 모시고 있는 정치세력 정도는 대결할 수 없었을가. "내란이 아니다. 통치행위다"는 주장으로 헌법 재판소에서 헌법의 최후 판결을 받는 것도 초한전에 전혀 없는 전법은 아니다.

법리적 전쟁을 위한 법정에서 전개할 전법이 필요하다.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서는 더 이상 찾을 길 없어 포기한 벼랑에서 천우의 손길이 작동할 수도 있다. 지금은 여의도와 광화문에 몰려나온 시민 소리가 서로 다르지만 역사가 흐르면 정의는 하나로 귀결된다. 지금은 현행 법망에 막혀 정치적 죽음을 당할지 모른다.그러나 자신의 신념과 행위가 정당하다면 목숨 보존을 위해 하야하는 비급한 장수는 될 수 없다. 당당히 자신의 정당성을 굽히지 않고 국민과 법 앞에서 주장하다가 장렬한 죽음을 맞는 것이 옳다. 그리고 역사의 법정에 자신을 던지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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