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 퀄컴이 불공정거래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70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고도,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서 4년 넘게 계류 중인 것은 '전관예우'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국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은 "2009년 12월 공정위가 퀄컴에 과징금 2,731억원 등을 부과한 사건에 대한 취소소송이,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퀄컴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대형로펌에 소속된 대법관 출신 A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했다."고 밝혔다.공정위와 퀄컴간 소송이 대법원서 4년 넘게 '낮잠'을 자고 있는 데는 대법원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올 1월에도 퀄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퀄컴은 이에 불복, 대법원 상고 절차를 밟고 있다. 4년 넘게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소송건은 공정위가 2009년 7월 CDMA 이동통신 기술을 휴대전화 제조사에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경쟁사의 모뎀침을 사용할 경우 차별적으로 높은 로열티를 부과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퀄컴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2,731억여원을 부과하면서 비롯됐다. 과징금 등 부과 처분을 담은 의결서는 같은 해 12월30일 작성돼 퀄컴 측에 송달됐다.하지만 퀄컴 측은 이듬해인 2010년 2월 과징금 등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과 함께,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 재판부는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 일부를 받아들였고 본안 소송에 돌입, 3년 넘게 지난 2013년 6월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청구를 기각하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시정명령 일부에 대해서는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실상 패소한 퀄컴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같은 해 7월 재판부를 배당하고 11월 주심대법관을 지정했지만 각국의 입법례·판례 등에 관해 심층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4년이 넘도록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전관예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해보니, 퀄컴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대형로펌에 소속된 대법관 출신 A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A변호사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처분을 받은 하이트진로음료가 제기한 취소소송 상고심에도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중소 생수업체 마메든샘물의 대리점을 부당하게 영입해 사업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2013년 7월 시정명령 부과 처분을 받자 이를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제2행정부는 2014년 7월 이를 기각하자 하이트진로음료는 대법원에 상고하며 역시 A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이 건도 대법원에 접수된지 3년이 넘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