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삼성전자와 TSMC의 7나노(나노미터, 10억분의 1m)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계가 가열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 퀄컴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주력으로 해왔으나, 애플과 퀄컴 모두 경쟁사인 대만 TSMC에 빼앗기면서 고객기반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다.'파운드리'는 미국 퀄컴, 브로드컴이나 애플, 엔비디아, 대만 미디어텍 등 팹리스 반도체기업의 설계를 받아 그대로 오차없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파운드리사업팀을 사업부로 승격시키는 승부수를 던진바 있다.삼성전자는 15일 일본 도쿄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열고 기존 공정 로드맵과 함께 추가된 11나노 공정과 7나노 개발현황을 발표했다.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부사장)은 일본 현지 파운드리 포럼에서 내년 하반기 7나노 공정 생산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7나노의 일부 핵심 공정에 처음으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사용해 양산한다. 다만 7나노 공정의 메이저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삼성전자 는자체 '엑시노스' 칩 정도만 7나노로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반면 애플과 퀄컴을 모두 잡은 TSMC는 내년에 EUV를 쓰지않은 7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 EUV를 사용하는 7나노+ 공정은 2019년 양산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 기존 노광 장비로 7나노를 빠르게 삼성보다 먼저 양산해 고객사를 최대한 확보한 후 EUV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인 '진정한 7나노'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TSMC는 5나노 공정도 2019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EUV를 쓰는 7나노 공정을 놓고보면 삼성전자가 TSMC보다 몇달 먼저 양산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가 내년 하반기 7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 안정적 수율을 달성할지 여부가 관건이다.반도체 칩 제작 공정 중 반도체 회로가 미세화 될수록 노광(사진기와 같은 원리로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프린팅하는 과정) 기술이 중요하다. EUV를 사용하면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공정수를 줄일 수 있어 생산성이 향상된다. EUV 장비가 고가여서 관련 설비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단점이다. 고객사가 삼성전자의 EUV 첫 도전에 따르는 리스크를 감안해 줄 것인가도 변수로 꼽힌다.반도체 주요기업들은 7나노부터는 EUV를 쓰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일부 주요 패턴에 EUV를 쓰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 멀티패터닝 공정과 EUV 공정을 패턴의 미세화 정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수많은 반도체 회로 패턴 중 EUV를 꼭 적용해야할 필요가 있는 극미세 패턴이 있는 레이어를 전략적으로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파생공정을 놓고 벌이는 추가경쟁 역시 관전포인트다. 파생공정은 새로운 공정을 원하는 고객사들의 입맛을 맞춰왔다. 큰 변화를 주지않으면서도 성능을 더 올리거나, 성능 대신 가격을 낮추는 등 각 고객사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삼성전자는 이날 파운드리포럼에서 성능은 최대 15%, 면적은 최대 10% 줄인 11나노 신규 공정(11LPP, Low Power Plus)을 추가, 2018년 상반기 생산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11나노 공정은 애플 등 시장의 인정을 받으며 성공한 14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한다. 14나노 공정을 이용했던 고객들에게 다시한번 어필할 수 있는 추가공정을 내놓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14나노-10나노-7나노 공정 로드맵에 8나노를 추가한데 이어 11나노 공정까지 추가하면서 고객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메인 공정 사이사이에 8나노 11나노 등을 추가하면서 이미 검증된 이전 공정의 성공을 어필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 등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도 러브콜을 보내며 고객 확보에 부심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퀄컴이나 애플과 같은 대형 고객의 경우, 삼성전자는 신공정 개발 초기부터 이들 업체와 부분적인 협업 계약을 맺고 각 고객사의 디자인에 맞춘 공정을 개발해 해왔다. 그러나 퀄컴이 지난해 시작된 삼성전자의 7나노 개발에 참여하지 않자 이상기류를 감지한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는 8나노나 11나노 등을 새로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야심차게 준비 중인 7나노 공정에서 메이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반전 카드가 절실한 형편이다. 현재 양산 중인 10나노에서 공정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성능을 향상시키고 칩 면적은 줄인 8나노로 퀄컴 등에 다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마케팅팀장 이상현 상무는 "14나노 파생 공정인 11나노 신규 공정을 통해 고객들은 이미 검증된 14나노의 안정성에 성능을 더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며 "14, 11, 10, 8, 7나노에 이르는 로드맵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이에 맞서 TSMC는 16나노를 기반으로 성능을 높인 12나노 공정으로 대응한다. TSMC는 12나노핀펫콤팩트(12FFC) 공정을 개발 중이며 2019년 양산할 계획이다. 12FFC는 16FFC대비 면적을 14% 줄이고 속도는 5% 높인 신규 공정으로 알려졌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