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 우리나라에 필요한 연간 전력수요 전망치를 기존 예측에서 12.7기가와트(GW) 낮출 전망이다. 이는 1.4GW짜리 원자력발전소 9기의 전력 생산분량에 해당한다. 현재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는 1.4GW 용량의 신고리 5호기와 6호기를 포함해 최신형 원전 9기를 덜 지어도 된다는 뜻으로, 이렇게 되면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민간 자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 관련 수요계획 실무소위원회는 15일 회의를 열어 8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되는 전력수요 전망치를 2030년 기준 100.5GW로 잠정 결론지었다. 이는 2년 전 확정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의 113.2GW 대비 12.7GW 낮은 것이며, 두 달 전 내놓은 8차 기본계획 초안(101.9GW로)보다도 1.4GW 하향 조정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차 기본계획 기간 중 연평균 경제성장 전망을 이달 2.43%로 재조정하면서 전력 수요 전망도 덩달아 낮아진 것이라고 실무소위는 밝혔다. 두달 전에는 정부가 전망한 2.47% 성장률에 맞춰 초안을 내놓았다. 수요계획 실무소위는 "국내총생산(GDP) 전망 2.43%로 감소(0.4GW), 누진제 개편효과 제외(0.6GW), 수요관리 목표량 확대(0.4GW) 등으로 지난 7월 초안보다 약 1.4GW가 감소됐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산업 생산이 줄면서 그만큼 전력수요가 줄어든다. 또 두 달 전 초안에 반영한 누진제 개편 효과 역시 체감도 하락으로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전력소비를 줄이는 산업체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수요자원거래(DR) 시장' 활성화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확대가 전력소비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전력 수요가 늘더라도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를 통한 에너지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봤고, 다만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2년 전 박근혜 정부 때 마련된 7차 기본계획과 비교해 전력수요 전망치를 크게 낮추면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코드 맞추기'식 전력 수요 예측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수요계획 실무소위 위원인 김창식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7차 때는 GDP 성장률이 연평균 3.38%로 높게 전제가 됐다"며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에너지 소비 감소 패턴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정부는 연말까지 8차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