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리타 마사오 作사고의 도구로서 셈하는 신체로부터 태어난 수학이 신체를 떠나 고도의 추상화 끝에 인류에게 가져다준 가능성이란 무엇일까? 도쿄대 문과를 다니다 이과로 전향해 수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자칭 '독립연구자' 모리타 마사오는 일본 사회에 새로운 지성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수학하는 신체'는 그가 탁월한 스토리텔러로서 수학의 역사와 수학자들의 일생을 소개하며 '수학을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묻고 있는 데뷔작이다. 일본에서는 발간되자마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일본의 대표적 지성인 우치다 타츠루는 "모리타라는 희유의 촉매제를 경유해서, 우리가 자력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지적인 떨림'을 추체험할 수 있는 아주 예외적인 책"이라고 극찬했다.셈하는 손가락과 발가락, 기호와 계산…. 도구의 변천은 수학자의 행위를 바꾸었고, 철저한 기호화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에 의한 컴퓨터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인공지능의 탄생을 알렸다.모리타는 수학자로서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과 일본의 대수학자 오카 키요시의 삶을 좇으며 수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도 '알아듣기 쉽운' 수학으로 배움과 인생을 이야기한다.특히 '다변수해석함수론'을 발견한 오카 키요시에 이르면 오카가 천착했던 하이쿠의 세계가 수학의 세계와 맞물리며 수학이 '계산'만이 아닌 '정'과 '정서'로 채색돼 있음을 역설한다. 모리타 마사오의 글은 오카 키요시의 삶이 곧 시의 세계와 닮았다는 것을, 수학의 세계가 감각을 넘어서 '정'과 '정서'의 세계로 귀착한다는 것을, 그래서 수학이 인생과 어떻게 만나는가를 수긍하게 해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세계는 다음과 같다. "오카 키요시에 따르면 수학의 중심에 있는 것은 '정서'다. 계산과 논리는 수학의 본질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오감으로 만질 수 없는 수학적 대상에 지속적인 관심을 견지하기를 그만두지 않는 것이다. 자타의 구별, 시공의 틀조차 넘어서 큰마음으로 수학에 몰두하다 보면 안팎으로 이중의 창문이 한꺼번에 열림으로써 청랭한 바깥공기가 실내로 들어온다."모리타는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에 빠져 지내며 경기의 '흐름'과 일체화할 때의 그 감각을 좋아했고, 농구에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옳은 이론을 익히는 것도, 전술을 많이 외우는 것도 아닌, 그저 농구라는 행위에 완전히 몰입해서 '체득'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오카 키요시의 글을 읽고 있으면 왠지 자신이 농구에 몰두했던 날들처럼 그에게 수학 또한 온몸과 마음을 다 바친 행위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머리로 논리를 짜내는 것도 손끝으로 계산을 휘두르는 것도 아닌, 생명을 한곳으로 모아들여 완전히 수학적 사고의 '흐름'이 되는 것에 오카가 더 없는 기쁨을 느꼈다는 것을 그는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박동섭 옮김, 216쪽, 1만3000원, 에듀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