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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죽음의 도미노가 된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

이승표 기자 입력 2022.10.30 11:29 수정 2022.10.30 18:18

이승표 남부취재본부장


세계 최고의 치안질서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지난 29일 밤 어처구니없는 대 참사가 발생해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자 선진 한국의 수도인 서울 용산에 자리한 이태원 거리에서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라는 이름아래 수만 명이 몰린 축제장에서 빚어진 이 대참사는 또 한 번 이 나라 국민을 슬프게 한 역사의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예상치 못한 압사로 인한 참사이긴 하지만 사망 153명 부상 103명(30일 오후 4시 30분 행안부 발표)이란 이 숫자가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그것도 대통령실에서 불과 1km 정도 떨어진 거리에다 아직도 일부 주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보안지역이어서 이곳은 그 어느 지역보다 치안과 안전이 더욱 요구되는 중요한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때문에 이 참변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슬픔과 개탄도 더하다.

더욱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이 자리하고 있는 행정구역에서 빚어진 이 대참사는 8년 전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최대 참사로 다시 지목되면서 선진 한국을 자랑하는 이 나라 국민과 국격에도 큰 흠집을 내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안과 질서를 담당하는 수도 경찰은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단 말인가. 축제의 안전관리 상태를 짚어보고 허가했을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이 두 기관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대통령이 직접 지휘하고 국무총리가 사고수습대책본부장을 맡아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고, 해외(유럽)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하고 있다는 소식에서도 이 사태의 위중함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온 국민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었던 코로나19가 완화된 이즈음, 거리에서의 마스크착용이 해제되면서 펼쳐진 이 축제는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열광의 도가니로 유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소방당국에 발표에 의하면 숨진 대다수 피해자가 10대와 20대 젊은이들로 파악되고 있음에서 이를 잘 읽을 수 있다.

윤석열 신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6개월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발생한 이 충격적 참변은 대통령자신이 국정지침으로 강조하는 공정과 정의, 상식, 자유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가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가파른 대치를 하고 있는 작금의 이 상황에서 촉발된 이 사태는, 정국과 정치판의 새로운 쟁점으로도 등장하게 됐다. 즉 경찰이 대통령실 주변만 신경 쓰고 시민 안전엔 소흘했다는 비판을 감당해야하는 처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는 작은 티끌 하나라도 못 잡아 안달인 야당에게 준 제대로 된 빌미이자 호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핼러윈은 매년 10월 31일 열리는 미국의 축제로 알려져 있다. 애초에 핼러윈은 한국과는 상관이 없는 날이었지만 미국 문화가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한국의 젊은 층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고, 상업주의와 결탁하면서 축제로 자리해 오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고대 켈트족이 새해(11월 1일)에 치르는 사윈(Samhain) 축제에서 유래됐다고 보고 있다. 켈트족은 이날에는 사후 세계와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악마나 망령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다고 여겼다는 것. 사자의 혼을 달래고자 모닥불도 피우고 음식을 내놓았으며 망령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장을 했다고 한다. 

생사람을 제물로 잡아간 듯한 이 외래 축제가 다시는 이 땅에서 열리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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