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가 지난 1994년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재창궐한 이후 단 한해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환자를 발생시키면서 토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당국은 말라리아 발생 지역이 제한적이고 감소세를 나타내 토착화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2014년이후 환자수가 2년 연속 반등하면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70년대 연간 수천에서 최대 1만여명 이상의 말라리아 환자가 생기다 1979년을 기점으로 환자가 사라졌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다시 환자가 발생했고 지난 2007년에는 연간 2227명까지 늘었다.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2013년 445명까지 떨어졌던 환자수는 2015년 699명까지 늘었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OECD 국가중에서 극히 드물게 멕시코, 터키 등과 함께 말라리아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로 분류돼 왔다.다만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는 673명으로 3.7% 감소해 600명 수준에서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그동안 말라리아가 토착화되지 않도록 인천·경기·강원 북부지역 등 위험지역을 집중관리하고, 지자체와 함께 방역활동 등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말라리아 퇴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모기가 서식하는 지역이 대북 접경지대다보니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든다.북한지역에서 서식하는 ‘중국얼룩날개모기’가 휴전선 밑으로 내려와 군인과 지역민들에게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것이다. 근거는 경기 파주·연천, 강원 철원, 경기 강화 등 휴전선에 인접한 지역일수록 말라리아 발생율이 더 높다는 점이다. 북한 지역에서 모기가 직접적으로 건너와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설명이다.하지만 최근에는 남한에서의 지역내 전파 의심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말라리아는 급성 감염병으로 잠복기간이 2주(12~18일)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 잠복기간 6개월에서 12개월에 달하는 ‘장기장복’인 경우도 있다. 말라리아에 감염됐지만 발열, 오한 등 전형적인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훗날 감염자로 확인되는 사례다. 이 경우 말라리아 감염자가 모기 등 매개 곤충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상황도 나타나는 셈이다.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말라리아는 암컷 모기가 인체를 흡혈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간 감염과 전파가 가능하다”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국내 말라리아 발생지역이 휴전선 인접 지역으로 국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하지만 말라리아 토착화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말라리아 매개 곤충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북한내에서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정부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정부 지원을 끊은 상태다. 이 기간동안 대한적십자사 등 민간에서 지원이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말라리아 환자수가 오히려 감소하면서 지원 중단에 대한 부작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현지 사정에 대해 밝지 못하다보니 대응에 어려움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기후적인 문제도 변수다. 최근 우리나라에 매년 이상 고온과 마른 장마가 지속되면서 모기 서식에 유리한 조건으로 변모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도 14주차(4월2~8일) 기준 최저기온은 평년대비 2.9℃ 증가했고 최고기온은 1.9℃ 높아졌다.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말라리아가 토착화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말라리아 환자를 대상으로 전수감시와 역학조사를 수행하고 말라리아 발생위험이 높은 지역에서 매개모기 밀도조사 및 원충감염 감시 등을 실시해 환자 조기발견 및 치료 등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