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달 7일, 당 징계위에서 6개월간 당원권 정지가 결정되면서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자 전국 순회길에 나섰다.
징계 사유를 떠나, 성 상납과 관련된 사법기관의 수사가 결론나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된 자당의 윤리위가 먼저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물론 당 내외에서 조차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중징계로 말미암아 국민의힘은, 집권 두 달 밖에 되지 않는 정권 허니문 기간에 국정의 중심에서 우뚝 자리하지 못하고 당의 체면이 구겨지고 말았다.
이유야 어쨌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직전 치뤄진 세 번의 대사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당 대표였다.
이는 이 대표 입장에서 보면 공적은 간 데 없고, 명줄(?)만 죈다는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중심에는 늘 ‘윤핵관’이 자리하고 있다며, 윤핵관을 향한 이 대표의 의심이 여전한 데서 불거지고 있다.
'윤핵관'이란 이 말은, 이 대표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측근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면서 언론에 처음 등장시켰다. 지금은 정치판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다.
이를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낼 때마다 늘 이를 전치사처럼 활용해 왔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 까지 이 대표가 윤핵관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한다. 왜냐하면 이는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난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6일 윤 대통령이, 당시 국민의힘 원내 대표이자 당대표 직무대행이었던 권성동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또 화근이 됐다.
거기에는 이 대표를 지칭(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가 없으니...)한 내용을 담고 있어 더했다.
어찌 보면 대통령과 당시 당 대표간의 사적인 내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입장도 난처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새가 됐다
다른 곳도 아닌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하고 있는 당 대표가, 대통령이 보낸 메세지를 공교롭게도 기자의 눈에 잡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의도적이다 아니다’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지만, 서슬 퍼런 기자들의 눈이 거미줄을 치고 있는 국회에서 집권당의 대표가 경솔했다는 지적이 더 따르고 있다. 수습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대목이 여기에서 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야당에게도 쓸 데 없는 원성의 빌미를 자초해 집권당의 리더십과 대통령의 통치력에까지 국민들의 의문이 보태지고 있다.
작금의 국정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듯, 집권 국민의힘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음에서 이를 잘 읽을 수 있다.
외신도 이를 염려한 나머지 "미국의 짐이 되고 있다"며, 한미동맹에도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이즈음 정가는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이 이 대표로부터 당한 앙금의 산물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대통령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입장에선 속이 뒤집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상대는 집권당이자 선거 경험이 출중한 제1당의 대선 후보여서 분통처질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치열한 전투 상황 속에서 전투 사령관이 여러 번 자리를 비우고 잠적해 사령부를 갈팡질팡하게 한 것과, 전쟁터에 나간 장수(후보)의 행보를 혼란스럽게 한 것을 꼬집고 있다.
다행히도 이는 어렵사리 봉합되면서 전쟁은 승리로 끝났지만 전리품은 너무도 초라했음에 있다.
역대 대선 승리 전리품 중 최하위 성과였기 때문이다. '0.73%라는 소숫점 승리' 그 자체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 정가로 이어진 4월의 지방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얻은 큰 승리는 윤 대통령의 몫에 비중을 더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윤 대통령 측과 이 대표 간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음이 아닐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집권 두 달 동안 국정 동반자인 당 대표와 대통령의 여러 측근들이 국민 앞에 보인 부적절한 처신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경고음은 멈출 기색이 없다.
전 정부에서 무너진 '공정, 정의, 상식'이 부활되길 기대하며 보수정권 출범에 힘을 보탠 국민들의 실망어린 분노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정 주역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음에 있다.
"정치가 잘 행해 지고 백성이 화합하면 피폐했던 모든 일들이 다시 흥하게 된다"고 했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외친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여기에 담겨 있을 것이다.
"공을 이루는 데는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 또한 기득권을 향해 당파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는 집권 국민의힘의 각성을 촉구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