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령계좌' 개설 사건으로 금융계를 뒤흔든 미국 최대 은행 웰스파고가, 전 최고경영자(CEO) 등 해당 사건을 주도한 2명의 고위간부에게 지급했던 보너스를 환수하기로 결정했다.웰스파고 유령계좌 사건은 웰스파고가 지난 수년간 고객의 동의 없이, 200여만개의 예금 및 카드계좌를 개설해 실적을 부풀리는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초 미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조사에서 드러났으며, CFPB는 웰스파고에 1억8,500만 달러(약 2112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CFPB에 따르면 웰스파고에는 직원들에게 계좌개설 할당량을 부과하면서, 이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관행이 있었다. 이로 인해 유령계좌 사건이 확산된 셈이다.웰스파고 이사회는 당시 CEO 겸 회장이었던 존 스텀프에게 유령계좌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에게 주어졌던 '언베스티드 주식' 4100만 달러어치를 몰수하고, 유령계좌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급여도 지불하지 않기로 했다. 2007년부터 웰스파고 CEO를 맡아온 스텀프는 결국 유령계좌 사태가 불거진 한달 뒤인 10월 중순께 사임했다. 그는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스텀프 전 CEO에 대한 처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이날 존 스텀프로부터 2,800만 달러(약 319억7,600만)를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금액은 스텀프가 웰스파고에 있는 동안 받았던 보상금이다. 이로 인해 스텀프가 반환하게 된 총 보상금은 6,900만 달러에 달한다.웰스파고 이사회는 이날 발표한 조사보고서를 통해 "이번 환수금액은 기업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전했다.웰스파고는 또 소매금융 부문 대표를 지내다 유령계좌 사건이 터지자 퇴사한, 케리 톨스테드로부터도 보상금 4700만 달러(약 536억원)를 돌려받기로 했다. 톨스테드는 지난해에 1,900만 달러 상당의 언베스티드 주식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퇴사했다. 지난 9년 동안 소매금융 부문 대표를 지냈던 케리 톨스테드도 지난해 1,900만 달러 상당의 언베스티드 주식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퇴사한 바 있다.톨스테드 전 대표의 변호인은 "이번 조사보고서에 동의하지 못한다."라며 "책임을 톨스테드에게 전담하려하고 있다. 공평한 조사가 이뤄지면 다른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반발했다.월가 규제강화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베터마켓'의 데니스 켈러 대표도 "웰스파고는 이미 해고된 전 간부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전형적인 홍보기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하지만 스티븐 생어 웰스파고 사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책임은 당시 은행을 운영하던 사람에게 있다"며 "조사 결과 이사회가 적절한 행동을 취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