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일, 공무원이 베푼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돈을 건넸더라도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뇌물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A교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울릉군의 한 학교 교장인 A씨는 지난 2019년 2월, 공사업체 이사 B씨로부터 5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의 업체는 A씨가 교장으로 있던 학교의 본관동과 유치원동에 있는 노후 전기건설 보수공사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교장에게 공사의 진행 등과 관련해 편의 제공을 대가로 현금 50만 원이 든 봉투를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서 B씨 등은 기존에 A교장이 베푼 호의에 답하는 차원에서 돈을 건넨 것이지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에 따르면 B씨 등은 'A교장이 담당자들에게 20만 원 상당의 복 지리를 대접하고 저렴한 펜션을 소개해 숙박비용을 아끼게 했다', '공사가 끝난 날에는 10만 원 상당의 울릉도 특산물인 명이나물 장아찌 5통을 선물하고 해삼을 준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러나 1심은 A씨가 학교장으로서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이므로 뇌물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어떤 사람이 공무원으로부터 이전에 받은 것을 갚으려 돈을 주거나 개인적으로 친해 금품을 줬더라도, 공무원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뇌물로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 경우 당시 공무원의 직무가 무엇이었는지, 돈을 건넨 사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액수는 얼마였는지 등을 따져 직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1심은 A씨가 학교장으로서 B씨 업체가 맡은 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점에 주목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B씨와 아무런 친분관계가 없었으며, 50만 원을 답례라고 보기엔 큰 액수라는 점이 판단 근거로 언급됐다.
그러면서 "A교장 등이 제공한 이익을 감안하더라도 금품 액수가 고액"이라며 "사건 발생 당시 공사 절차가 종료되지 않아 업체로선 A교장으로부터 직무상 편의제공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봤다.
1심은 A교장과 B씨에게 각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교장은 자격정지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기도 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