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낱말 중 하나는 바로 NFT다. 이는 ‘대체 불가능 토큰’으로 국내에선 해석되고 있는데, ‘Non Fungible Token’의 약자다. 그 정의도 어렵다.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디지털 인증서. 디지털 사진·영상·캐릭터·로서, 게임 아이템 같은 디지털 파일의 소유자·거래내역정보를 위·변조나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저장. 각 NFT마다 고윳값을 지녀 다른 NFT로 저장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 정의만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 연말에는 어떤 방송에서 이 분야 대학교수인 전문가를 초청한 대담형식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는데, 같은 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도 그 사람이 등장하여 형식은 다르지만 같은 주제로 방송된 적이 있었다. 한 사람의 전문가가 두 방송에 동시에 방송 출연한 셈이다. 많은 사람이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례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중요한 미래 이슈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작년 연말에는 ‘NFT 사용설명서’라는 책이 서점가에 등장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지털 기업가인 두 저자가 현실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앞으로 NFT 세계는 싫든 좋든 우리가 발을 들여놓지 않으면 안 될 영역이라 주장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입문해야 하는가에 대해 밟아야 할 단계들을 차근차근 짚어주는 내용을 주로 언급하면서, 독자가 실제 이 책에 기록된 내용을 실천한다면 NFT를 “만들고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또 블록체인, 암호화폐 전문가는 물론이고 생소한 NFT를 접하는 입문자들도 이것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모든 것을 정리해 놓았다고 하여, 독자들은 책을 직접 사보고 그 내용을 파악하려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초보자로 처음 접근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는 게 대체적 평가였다. 전체적인 구조와 맥락은 이해하지만, 기술적으로 어떻게 운용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까지 사회적 인기는 대단한 것이 사실이다. 불과 몇 개월 전 어느 디지털 아티스트의 NFT 작품이 800억 원 이상의 금액에 낙찰된 것이나, 프랑스 명품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주제로 만든 디지털 그림파일이 약 10억 원 어치나 팔렸다든지, 뉴욕에서는 한 디지털 아티스트의 NFT 작품이 780억 원에 낙찰되었는데, 앞으로 이와 같은 고가의 경매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례가 그렇다.
이와 관련한 국내 사건도 있었다. 약 7개월 전 한 경매기획사는 이중섭·박수근·김환기 작품의 실물을 스캔하여 디지털파일로 만들고 이것을 NFT로 발행해 경매로 올렸는데, 가족 등의 반대로 경매 자체는 무산되었지만 어쨌든 이런 거장의 작품도 시대적인 큰 흐름 속에 새로운 시도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세상의 인기를 받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무엇보다 앞으로는 NFT는 저작권의 문제가 커 보인다. NFT가 매매될 때는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그것의 진위여부에 대한 검증이 거의 행해지고 있지 않으므로 유명작가의 이름만 가져와서 작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 4개월 전에는 ‘얼굴 없는 작가’로 유명한 한 작가의 작품이 NFT로 4억 원에 판매되었는데, 해당 작가는 NFT를 발행한 적이 없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그 이벤트는 사기극이란 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오프라인에서의 공인된 검증이 NFT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큰 약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NFT에서의 NF가 ‘Non Fungible’이므로 글자 그대로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고유성이나 존재의 독특성은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여러 가지 기술로 이중 삼중 복제 불가능하게 고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는 존재의 희귀성에 대한 훼손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NFT 작품은 소지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도 강조한다.
파손이나 노화의 우려가 전혀 없고, 모조품 제작이나 불법 복제가 불가능함으로써 ‘수집’이라는 측면에서는 최고의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 인기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계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이를 통한 생활의 편리성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오프라인은 이제 불편함과 느림의 대명사처럼 인식하게 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게다가 특정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내면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에 이르게 되고 그 가치까지 좌지우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가가 가진 고유의 정신이 담긴 작품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매겨본다는 것까지는 동의하지만, 이것을 실제 작품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새로운 기법으로 이를 구매하도록 경매에 붙이는 의도는 결코 반길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