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경제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채용 때 건강검진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아예 신입사원으로 뽑지 않겠다는 기업마저 생겨나고 있다. 병력이 있는 지원자를 뽑았다가 채용 후 산업재해 및 중대재해 논란으로 이어지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자칫 최고경영자(CEO)가 형사 처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날마다 여섯 명씩 발생하는 산재사망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의 제정 당시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에 대해 사업주가 지켜야 할 사항을 세세히 명시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도 이 법이 꼭 필요한지, 이 법이 이러한 비극을 막는데 효과가 있을 지에 대하여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크게 달랐다.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는 사망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를 말하며, 직업성 질병의 종류에 대해서는 시행령에 24가지로 세세하게 열거하고 있다. 크게 보아 급성 중독성 질환들이다. 이러한 급성 중독성 질환들은 건강검진결과와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예를 들면 건설업에서 폭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작업을 하여 열사병이 발생한다든가, 전자산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가스누출사고로 화학물질 중독이 된다든가, 밀폐공간에서 산소결핍증에 걸린다든가, 즉 작업환경을 상식적으로 관리하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은 질환들이다. 이러한 급성 중독성 질환으로 산재보상을 받는 경우는 연간 50명 내외이다.
그렇다면 왜 중대재해법 때문에 질병자를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망 1명인 경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이면 중대재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로와 관련된 뇌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즉 과로사로 매년 오백여명에 아까운 목숨을 잃는 사회에 살고 있다. 연간 추락재해 사망자수와 비슷한 수치다. 뇌심혈관질환은 뇌와 심장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경우에 발생한다.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협심증과 같은 진단명을 통칭하는 것이다. 주로 노인인구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이 건강검진에서 확인하는 질병들이 있으면 그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검진에서 이러한 질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9년 산재통계를 보면 과로사의 10%는 30대 이하다. 40대는 21.8%, 50대는 35.5%이고, 60세 이상 고령은 35.3%이다. 즉, 3분의 2가 50대 이하다. 이들의 사망원인은 ‘과로’이지 고혈압과 같은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사망을 초래하는 질병을 유발할 정도로 과로를 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채용한다면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뇌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수 있는 것이다.
채용검진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과로사가 예방될까? 더군다나 채용검진은 이미 오래전 인권위원회에서 폐지가 권고되어 법정 검진이 아닌 임의검진이다. 채용검진으로 과로에도 끄떡없는 아주, 정말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을 가려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개인이 질병관리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해서까지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과로사 예방을 위한 조치들을 이행했는가, 이러한 경영책임자의 의무이행미흡이 과로사를 유발했는가를 따지게 되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오해로 인해 기업이 불필요한 불안에 사로잡혀 채용검진을 강화하거나 고가의 건강검진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직업성 질병 예방활동의 부족한 점을 살피고 보완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응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현장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현실이 안타까운 마음에 온라인 세미나를 준비하였다. 1월 25일 화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두 시간,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금 일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노사모두 사전신청을 한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