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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

윤기영 기자 입력 2022.01.05 09:33 수정 2022.01.05 10:23

조비룡 서울대 의과대 가정의학교실 교수

↑↑ 조비룡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교수.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기간을 제외한 수명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특별한 이상이 없이 사는 기간을 의미한다. 계산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세계보건기구(WHO)의 계산으로는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나, 우리나라 통계청 계산 방식에 따르면 최근 건강수명은 오히려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건강수명이 덜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즉, 오래 살게 되면서 건강하게 사는 기간보다 아프거나 불편한 상태로 보내는 기간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세계보건기구는 2021년부터 10년간을 ‘건강 노화 10년(Decade of Healthy ageing)’으로 정했다. 

오래 사는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을 찾는 데 좀 더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럼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해 많은 건강 관련 단체와 연구 결과가 제시하는 건강하게 나이드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약이나 주사를 떠올린다. 특별한 묘약이 있어서 이를 한 번 복용하거나 규칙적으로 먹으면 젊어지고 기운이 나는, 동화 속에서 한 번씩 마주하던 이야기다. 아직까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가짜 약을 팔려는 사기꾼이거나 이야기꾼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약이나 화학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자 빠르게 만들어낸 백신이나 치료제들을 보면 건강하게 수명을 늘릴 방법도 비용과 노력만 들이면 더 빨리 찾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미 서서히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한 유전자 치료, 인공 장기 기술들은 건강수명을 늘리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런 약이나 치료로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이런 꿈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중 하나로 ‘건강나이’가 있다. 이는 달력나이에 비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정도를 나이로 산출한 것이다. 산출된 건강나이를 살펴보면 달력나이가 같은 사람일지라도 건강나이는 제각각 이다. 막 마흔이 지난 사람들의 건강나이를 측정해보면 ‘40세±10세’라는 결과가 나온다. 같은 40세인데 왜 어떤 사람은 건강나이가 30세이고 다른 사람은 50세일까?

대부분의 사람이 특별한 약을 복용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으므로 보통 생활 습관과 의식의 차이 때문이다. 생활 습관의 차이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그 정도가 생각보다 크다. 

1972년 미국 의학자 벨록(Belloc)과 브레슬로(Breslow)는 생활 습관 3~4개의 차이가 수명을 10년 연장하거나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후 건강 노화 연구 등 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공통으로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제시한 생활 습관은 신체활동(운동), 건강한 식단, 스트레스 관리(마음 가꾸기)다.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사례 중 하나를 예로 들면 항상 걸어 다니는 집배원이 버스 운전기사보다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기서 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매일 신체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해 하는 운동은 반드시 어렵고 힘들 필요는 없다. 집배원처럼 매일 규칙적으로 걷고 활동하는 습관이 바로 건강과 젊음의 비법인 것이다. 여기에 아령이나 한 발 뛰기, 자전거 타기 등 조금 숨이 차거나 등에 땀이 약간 날 정도의 운동을 하루 30분 정도 추가하면 더욱 좋다. 평소에 운동하지 않던 사람들은 처음엔 10분만 걸어도 육체적 피곤함이 이튿날까지 지속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체력이 크게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체로 3개월 정도 꾸준히 운동하면 50분간 걸은 다음 2시간 정도만 쉬어도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갈 정도의 체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좋은 음식도 과식하면 몸에 독이 되듯 과도한 신체활동은 몸에 무리를 준다. 운동 후 2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피곤과 통증을 심하게 느끼거나 이튿날 아침까지 뻐근함과 통증이 남아 있다면 몸에 무리가 왔다는 신호이므로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건강한 음식이란 단순히 값비싼 음식이 아니라, 신선한 재료를 기반으로 육류와 곡류, 채소, 생선, 과일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뜻한다. 

특히 최근에는 바쁜 일상 때문에 불규칙한 식생활로 비타민과 미네랄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나 잇몸병 등에 걸리기 쉬울 뿐 아니라 장기화할 경우 성인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필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이렇게 균형 잡힌 식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비싼 음식이나 보약을 먹어도 젊고 건강한 삶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체활동과 올바른 식습관이 형성되어 있다면 비만일 확률도 낮다. 그러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비만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 최근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와 삶에 대한 만족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적절히 조절하는 사람들은 친구도 많다. 

일례로 ‘건강수명과 최근 한 달간 만나거나 전화 통화한 친구의 수는 비례한다’라는 결론을 제시한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친구가 많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기적으로 자신의 성공만 추구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으로 그들과 잘 어울릴 줄 아는 사람들이 건강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술과 담배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양해야 하는 것들이다. 건강한 사람 중 담배를 피우거나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건강을 위해서는 술과 담배를 멀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음주에 관대한 편이라 대다수 직장인은 술을 과하게 마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건강에 매우 치명적이다. 

한국 성인 중 약 50%가 술의 해독 기능을 담당하는 효소가 모자라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이런 경우 술로 인한 부작용을 많이 겪기 때문에 알코올중독으로까지 발전되지는 않지만 지속해서 술을 마실 경우 식도, 위, 간과 같은 내장기관에 심한 손상을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에 걸릴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음주량을 조절한다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이처럼 적절한 운동과 좋은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는 누구나 공감하는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젊고 건강한 삶은 단순히 그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보다 삶을 의미 있고 보람차게 이끌어가는 사람들에게 부수적으로 따라가는 것이라는 사실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청년과 같은 정력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오래 산 사람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이 피카소다. 피카소는 죽기 직전까지 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그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고, 이런 열정이 그의 장수에 기여했다고 한다. 사실 피카소가 그림 그리기에 대한 왕성한 욕구 때문에 90세 넘게 살 수 있었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확고한 인생 목표와 철학이 있고, 이를 위해 피카소처럼 열정적으로 일한다. 이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므로 앞서 말한 것처럼 꾸준한 신체활동과 좋은 식습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자료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1년 12월호 발췌
글 : 조비룡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교수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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