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8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혼자서 국가암검진을 받으러 왔었다. 노인은 특별한 질병은 없었지만 거동하는데 불편함이 있었다. 귀도 살짝 어두우셔서 천천히 또박 또박 문진을 했다. 그날따라 검진자 중 노인층이 많아 아주 바쁜 날이었다.
그날 오전 검진이 끝나고, 우리 부서에 일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직원이 나에게 말했다.
“전 나이 들면 건강검진 받지 않고 싶어요. 이 부서에 와서 노인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오래 살려고 기를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원에게 80대 중반인 필자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친은 건강관리 하나는 정말 철두철미하게 챙기는데 어머니의 변은 이랬다. 아파서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그리고 일찍 돌아가시면 자식들이 부모 없는 슬픔을 더 일찍 경험하게 돼 어느 날 아프지 않고 갑자기 돌아가시는 게 소원이라고.
그런데 며칠 후 그 분이 다시 오셨다. 이번에는 70대 후반의 남성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두 분이 같이 진찰실에 들어오셨다. “얘는 내 동생인데요, 젊었을 때 사고를 당해서 바보가 되어서 장가도 못 가고 이렇게 살아요, 필요한 검사를 모두 잘 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내가 얘가 죽기 전까지는 죽을 수가 없어요”라고 하였다. 어르신의 절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자식도 아니고 동생을 위해서 최대한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하신 거구나’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이 이야기를 직원들에게 들려주었더니, 앞서 말한 젊은 직원도 생각이 짧았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인 보건에서 중요한 것은 고혈압, 당뇨병, 암과 같은 만성질환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과 함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잘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건강검진에서 다양한 검사 항목이 추가된다. 이러한 항목들은 고가의 암 검진 못지않게 노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중요한 검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검진결과서를 잘 읽어보고 그 권고에 따라 건강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만 66세 여성은 골밀도 검사를 받는다. 여성 노인에서 특히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폐경기 이후 여성 중 두서명 중에 한 명은 골다공증이 발생하는데, 외국의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여성 중 100명에 18명이 일생 중 한번은 척추골절을 경험한다고 한다.
만 66, 70, 80세에는 노인신체기능검사를 받는다. 일어나 3미터 걷고 돌아와 앉는 시간을 재는 보행평가와 눈 감은 상태와 눈 뜬 상태에서 한다리로 서있는 시간을 재는 평형성 검사가 있다. 눈 감고 5초 이상, 눈 뜨고 10초 이상 한 다리로 서 있을 수 있으면 정상이다. 일상생활수행평가, 독감 및 폐렴 예방접종, 낙상경험여부, 배뇨장애 여부에 대한 문진도 추가된다.
인지기능검사는 만 66세 이상 2년마다 받는다. 기억력 저하와 치매에 대한 선별검사다. 지난 번 검사와 비교해 평가하는 게 더 의미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기관은 과거 기록이 조회되는 곳으로 한 기관을 정해서 꾸준히 다니는 게 더 좋다. 여기서 이상이 있으면 치매예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치매지원센터이용을 안내한다.
만 70세에는 감정기능평가, 즉 우울증 검사를 한다. 원래 파킨슨 병 등 우울증이 동반되는 질병을 가진 분들이나 만성질환을 치료받고 있는 분들은 증상에 대해서 주치의사와 상담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고 우울증상만 있는 경우는 심각성을 보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하고 있다.
노인건강검진을 하다 보면 여러 삶의 단면을 보면서 겸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자식들이 모처럼 효도한다고 모시고 오는 경우나 부부가 손잡고 나란히 오시는 경우는 의사의 마음도 편하다. 혼자 오셔서 보호자가 필요한 수면내시경을 해달라고 하실 때나, 같이 온 가족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할 때도 있다. 각자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터이다. 그럴 때면 더 차근차근 설명하게 된다.
건강검진이 끝난 노인들에게 필자는 “건강검진 결과서를 편지로 보내드리면 꼭 주치의 의사 선생님한테 보여드리셔야 해요”라는 말을 전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치료를 받고 있는 질병이 있어 주치의들과의 상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