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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장호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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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은 전 세계, 전 세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일차적으로 의료적 위기 상황이지만, 바이러스가 가진 전염력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변화를 야기했다. 2년 가까운 시간이 경과하며 사람의 심리, 대인관계, 생활 패턴의 변화는 축적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현재까지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청소년, 여성, 의료진, 방역 담당자들이 정신과 질환을 경험하는 등 개인적 취약성이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불안, 우울, 자살 등으로 이어지며 심리적 영향을 준다. 감염병의 유행이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정신과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면 생물학적 요인보다 주로 비생물학적 요인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교 중단, 봉쇄 조치 등으로 외로움, 고립, 실직, 소득 감소, 양육 부담 증가, 가족 내 폭언·폭행의 증가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자살 위험 요인 중 매우 중요한 경제적 어려움이 취약 계층에 가중되고, 취약 계층에서 더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으로 이동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또 독거 및 고립된 가정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지원책이 심리적 위기 상황에 주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첫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직접 침투하거나 둘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에 영향을 미쳐 저산소증을 유발하고, 중추신경계가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셋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전신 염증, 면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치료제와 관련해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상황은 특수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데 청소년, 코로나19 전담 의료진, 코로나 19 확진 환자, 이전에 정신과 질환을 경험한 개인 등을 들 수 있다.
2020년 우리나라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등교 중지로 인한 수업 연기, 단축수업, 비대면 수업 시행으로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청소년들의 슬픈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시행한 해외 연구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우울, 불안 등과 함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고 원인으로는 온라인 수업 참여의 어려움, 부모님과의 갈등 증가가 꼽혔다. 부모 역시 경제적 부담과 함께 양육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직면했다. 사회적 재난 환경에 취약한 청소년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
서울과 울산의 대형병원(울산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심리적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406명(여성 291명, 남성 115명)이 참여했는데 참여자 중 14.3%에서 우울증(PHQ-9 score 10 이상), 39.4%에서 경도 불안증상이 나타났으며(GAD-7 5점 이상), 52.0%가 불안을 경험하고(SAVE-9 21점 이상), 36.2%가 불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ISI 8점 이상). 직군별로 보면 의사보다는 간호사, 행정 등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감염병에 대한 불안과 직무 스트레스 척도가 높게 나타났다. 감염 환자를 직접 대하는 직원들은 우울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의료기관의 업무 부담 증가와 관련해 직원 개개인이 건강하지 않은 방식(음주, 흡연, 폭식 등)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경우 우울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직원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우울, 불안 증상을 덜 경험하고, 직무 스트레스도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광역(부산+울산+경남)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던 코로나19 감염자들의 정신건강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 6~7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648명 중 입소 시 불안감을 경험한 경우가 50.6%(4점 likert 척도 중 1점 이상), 심한 불안감을 호소한 경우는 17.8%(10점 중 8점 이상의 심한 불안감)로 나타났다. 퇴소 시점에는 심한 불안감을 호소한 입소자가 2.3%로 나타나 87.1%가 감소됐다. 또 심리적 고통·외상 후 스트레스(12.7%→5.8%) 및 자살 위험(7.5%→6.1%)도 입소와 퇴소 1일 전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낮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울감은 입소 시 30.5%에서 퇴소 시점에 38.7%로 8.2%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메르스나 사스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우울 증상을 경험할 확률이 29%로 나타나 비슷한 결과로 보인다. 이를 종합하면 생활치료센터를 이용하거나, 병원에 입원하거나, 자택에서 대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입소/입원 초기 불안 증상을 경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퇴소 또는 퇴원 후 우울 증상에 적극적인 대처를 고려해야 한다.
정신질환을 앓는 개인에게는 감염병 대유행이 끼치는 심리적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젊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이전에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경우, 또 음주 관련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더욱 취약하다. 음주는 충동적인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즉,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는 정신과 질환을 경험한 환자들은 취약한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므로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사회적 스트레스 사건이 개인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쳐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어떤 연구에서는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존재한다고 보고하기도 한다. 현재 백신 접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단계적 일상 회복이 진행 중이지만 개인의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지역 커뮤니티에 ‘해체’, ‘혐오’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등 편 가르기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해야 하며, 자기연민을 가져야 하며, 마음 챙김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자료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1년 11월호 발췌
글 : 박장호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