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천년의 찬란했던 불교문화가 아름답게 꽃피워졌던 천년고도 경주가 그 정체성을 잃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듯해 안타깝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최근 경주시가 7000만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반려동물문화축제를 열어 '반려동물친화도시'를 선포하면서 불거진 시민사회의 여론이다.
가가호호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을 고려해 담아낸 시대적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역사문화도시로 뿌리 내려 온 천년고도 경주의 숭고한 가치와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데서 우러나온 시민들의 목소리여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를 두고 많은 시민들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시의 정책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시정을 리드하고 집행하는 시장과 공무원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경주시의 정체성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시정 철학의 우선이라고 말하고있다.
때문에 이 행사를 바라본 경주시민들은 시를 향해 "역사문화 도시냐, 반려동물 문화 도시냐"고 꼬집고 있다. 시민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경주만이 간직하고 경주만이 자랑할 수 있는 독특하고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시 스스로가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고 일침하고 있음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펜데믹(유행성 질병)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굳이 경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소진해가면서까지 다중이 참가하는 행사를 주관하고 강행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이설이 많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경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이 축제의 선포식을 앞두고 '반려동물 문화도시 선포'의 축제를 알리는 대형 광고 보드가 등장하고 홍보현수막까지 시가지 곳곳에 나부꼈다.
웃지 못할 일은, 이 홍보현수막 등의 문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반려동물 문화도시'에서 ‘반려동물 친화도시 선포'로 바뀌어 대체됐다. 당일 행사장에서도 대체된 문구로 축제와 선포식을 가졌다.
이를 보면, 시 스스로도 신중치 못한 처신을 해 시민사회의 여론이 좋지 않았을 입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려동물 친화도시는 이미 타 시 군 구에서도 시행한 것이어서 빛이 바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경주시의회도 집행부인 시가 요청한 내년도 예산안 중 반려동물 풀파크 조성에 따른 관련 사업비와 운영비 등 7억 1000여만 원 전액을 삭감했다. 집행부를 난감하게 한 이 사안에서 시의회도 시의 정체성을 우려한 것은 물론, 아직까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 된다.
이로 말미임아 지역 정가는 내년에 있을 지방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염두한 시장의 꼼수라고 꼬집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가구수가 아파트를 포함한 다주택 가정 전체의 30%에 이를 정도라는 것이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주 관문인 톨게이트를 진입해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대형 광고보드 마저 ‘문화관광도시 경주'를 상징하는 홍보 대신, 기업하기 좋은 도시(성공적 기업투자 매력적인 경주로!) 로 대체되어 자리하고 있는지도 오래다.
이로 인해 경주를 찾는 외래 관광객들이 첫 번째 맞게 되는 이 관문에서 갖는 경주에 대한 느낌은 기대와는 정반대로 비춰질 수 있다. 역사문화도시 이미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 왕가의 무덤(오릉)이 자리하고 있는 정면인 데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불국사와 보문관광단지로 이어지는 경주 관문의 관광도로여서 더하다.
"과연 기업도시가 천년고도 경주의 우선인가?"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바라보는 경주시민들과 경주를 찾는 외래 관광객들도 조차도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음에 있다. 이는 다른 중소 도시들이 주는 이미지와 별반 다를 게 없어 역사문화도시 경주 관문이 주는 상징성 있는 홍보로 개선돼야 함이 마땅하다는 지적을 거듭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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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 2018년 민선 시장에 첫 당선되면서 "천년고도 경주는 아주 특별한 위상을 지닌 도시"라고 강조했다. 시정 슬로건도 "역사를 품은 도시 미래를 담는 경주"로 정해 나름 경주발전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 왔다.
이에 비하면 '반려동물 친화도시 선포'와 경주 관문의 '기업하기 좋은 도시' 이미지 홍보는 경주시민들이 보기엔 역사문화 도시이자 문화관광 도시인 경주의 정체성이 우선돼야 함이 외면되고 사라지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음을 우려한 쓴소리였을 것이다.
이처럼 경주시민들의 쓴소리는 천년고도이자 역사문화 도시인 경주를 사랑하고 가꾸어 온 시민들의 애정을 깊이 헤아려 달라고 주문하고 있음에 있다. 경주시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