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발표에 관한 긴급현안질문 이튿날인 20일 여야는 입장차를 좁히긴 커녕 도돌이표 공방만 지속했다.이틀에 걸쳐 종일 본회의를 열었지만 정부여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며 사드배치 필요성을 주장하고, 야당은 사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일 뿐이라는 주장 등으로 맞서는 대치 국면이 계속됐다.이날 현안질문에 나선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신무기를 도입하려면 무기체계에 대한 보안이 유지돼야 한다"며 "사드를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발언했다.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국민투표를 거론한 점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이에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통수권자가 여러 가지 국방을 비롯한 범정부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건의하고 승인한 상황"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경 의원은 이어 "(사드 배치에 대한) 온갖 토론과 무기의 장단점이 다 까발려졌다"며 "적이 대응하기에 금상첨화를 알려준 격"이라고 사드 공론화에 불을 붙인 야당을 비난했다. 반면 사드 배치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가 사실상 미국의 이익에만 부합한다는 논리로 반대 목소리를 이어갔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사드 배치가 정부의 자주적 결정인가, 아니면 미국 정부의 압력이 있었나"라는 질문으로 포문을 열었다.그는 "국무총리나 국방부장관은 사드를 통해 핵안보를 지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기 때문에 사드를 도입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그 조금 늘어난 것 이상으로 대중관계에 잠재적 손해가 발생할 리스크가 크다면 정부도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김 의원은 이어 "그럼에도 갑작스레 미국 측의 사드 배치 요구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결국 미국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아울러 1979년 한미간 체결된 미사일 개발각서와 관련 "체결 당시 한국은 사거리 180㎞ 이상의 미사일 발사체를 만들 수 없도록 했고, 2012년 개정하면서는 사거리 800㎞ 이상의 미사일 발사체를 만들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했다.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이에 "사드에 관해선 미국이 우리에게 강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가 훨씬 컸다"고 반박했다.같은 당 김중로 의원은 "평온했던 성주의 군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투사가 돼 길거리 시위를 시작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냐" "발표를 2~3시간 앞두고 국회 교섭단체를 방문한 건 협의가 아니라 결정에 대한 통보 아니냐"고 정부의 절차 미비를 집중 질타했다.김 의원은 이어 "한반도에서 사드를 사용한다는 건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들어섰다는 의미"라며 "폐허 속에서 이루는 통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사드 배치를 비롯한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더불어민주당은 사드가 수도권 방어에 효용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더민주가 사드 배치에 관해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발표 절차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질문에 나선 의원들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표했다.강병원 더민주 의원은 "수도권에는 국가 전략시설과 인구 2,500만명이 집중돼 있다"며 "수도권 방어에 사드는 역할이 있느냐 없느냐"고 수도권 방어 무용론을 집중 거론했다.수도권 방어용인 패트리엇 미사일이 고각도 미사일 공격엔 취약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수도권을 방어범위에 포함하지 않은 사드배치가 무용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결국 이틀에 걸친 사드 공방에도 정부여당과 야당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으면서 20대 국회 첫 긴급현안질문이 결국 양측 모두에게 '면피용 행사'가 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정부여당은 정부여당대로 이틀 간 긴급현안질문까지 거치면서 충분히 사드문제에 대해 대국민 설명을 했다는 명분을 쌓을 수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했다고 사드 배치 결과에 면피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