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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ESG금융, 규제인가?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9.12 18:08 수정 2021.09.12 18:08

김 효 선 박사
한국탄소금융협회 대표

ESG금융은 규제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인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부처들이 서로 주도권을 잡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민간자본도 움직이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로 인식되는 순간 배는 산으로 간다. 그뿐인가? 기술혁신이 아닌 정부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댄다.
우린 다른 시장을 통해 이미 시장왜곡을 경험해 보지 않았나?
ESG금융은 투자방향을 제시하는 정책금융이다. 따라서 ESG금융을 통해 지원되는 사업의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다. 이를 섹터로 제한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예를 들면, 석탄은 안되고 풍력은 된다. 이런 식 말이다. 사회적 비용과 사회적 가치는 어느 한 쪽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술개발을 통해 얼마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또한 투입된 시스템으로 인해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섹터를 나누는 것보다 전체 비즈니스 싸이클의 밸류체인을 정확히 진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두리뭉실한 사회적 비용과 사회적 가치로 마녀사냥을 할 것이 아니라 정밀한 비용/편익 분석을 지금이라도 실시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드는 일이다. 왜냐면 저항세력이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있는 것을 없애는 것은 어렵다. 왜냐면 저항세력이 사력을 다하기 때문이다. 이때 저항세력의 출구를 만들어 주는 것 또한 비용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책임있는 정책개발이다.
ESG금융은 바로 이러한 포괄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진입하는 기술과 퇴출되는 기술이 정정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시장이 확인해 주는 거지, 정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왜냐면 시장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풍부한 정보, 이것이 곧 정부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탄소배출권 시장을 보자. 유럽의 배출권시장은 이미 톤당 60유로를 상회했다. 과거 유럽 배출권거래가 실패했다고 말한 전문가분이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제야 배출권거래가 효율적이라고. 우리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2만원 대에 머물고 있다. 똑같이 탄소중립을 한다고 하는데 왜 가격이 다를까? 달라도 된다. 그렇다면 시장여건에 따라 비슷하게 움직이는가?
아니다. 탈동조화된지 오래됐다. 그러면 역으로 움직이나? 그것도 아니다. 럭비공이다.
왜 국내배출권가격이 럭비공이 되었을까? 지나친 규제 때문이다.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규제가 아닌 시장에 대한 규제가 너무 극세사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ESG금융은 그린뉴딜을 토양으로 한다. 따라서 탄소금융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탄소배출권의 가치가 실제로 시장에서 확인되는, 유일한 ESG금융의 사회적 가치이다. 때문에 탄소배출권가격의 향방이 ESG금융의 향방을 좌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탄소금융과 ESG금융은 같은 것인가? 아니다. 탄소금융을 코어(core)로 유엔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금융이 더해진 것이 바로 ESG금융이다.
즉, ESG금융=탄소금융+SDGs 이다. 탄소금융이 ESG금융으로 확대된 것은 교토의정서가 파리합의문으로 갈아타면서, 보다 포괄적인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그린뉴딜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ESG금융은 규제가 아니다. ESG경영을 담은 지속가능보고서 의무공시가 2025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부처마다 ESG경영보고서에 들어갈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서로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투자자는 투자자대로 여기에 촉각을 세우는 일은 매우 소모적이다. 정부가 ESG금융을 규제로 인식하는 한 그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기준에서 멀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더 불안한 것도 있지만 흥미진진한 면도 없지 않다. 누가 상상했겠는가? 비대면으로도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기술은 시장을 따라 움직이고 시장은 투자를 촉진하는 선순환 금융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규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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