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A씨는 큰 고민에 빠졌다. 평소 진통제를 복용하면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형외과·치과 진통제, 심지어 약국에서 산 두통약만 먹어도 수 차례 몇 분 만에 얼굴과 눈이 붓고 두드러기가 났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후 열이 나면 타이레놀을 먹어야 된다는데 심각한 알레르기가 나타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평생 이렇게 통증을 참고 살아야 하는지 머리가 아프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며 약물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통증과 발열은 누구에게나 일상적으로 쉽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이때 열을 내려주는 소염진통제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특히 아스피린을 포함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이하 NSAIDs(엔세이드))는 병원뿐 아니라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A씨도 NSAIDs를 처방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이 약물들로 인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엔세이드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소염진통제를 회피하는 것 만이 답일까?
◇엔세이드 알레르기는 어떻게 나타날까
엔세이드에 의한 약물 알레르기는 약물 노출 후 증상이 발생되는 시간에 따라 노출 후 1~2시간 이내, 길게는 24시간 이내 발생되는 ‘즉시형 반응’과 24시간 이후 발생하는 ‘지연형 반응’으로 나눌 수 있다.
A씨의 경우 즉시형에 해당되고 대부분의 엔세이드 알레르기는 즉시형에 해당된다. 즉시형 반응의 경우 코막힘, 콧물, 호흡곤란, 심하면 천식과 같은 기관지 수축이 동반될 수도 있고 A씨와 같이 피부반응, 즉 얼굴 홍조나 두드러기, 혈관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약물 알레르기와는 달리 A씨처럼 다양한 엔세이드 약품에서 모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이 특이하다. 또 천식이나 코용종을 동반한 비염, 만성 두드러기가 있다면 이런 알레르기가 더욱 흔하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기전은 다소 복잡하다. 일단 염증과 통증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염증이나 통증은 세포막에 있는 아라키돈산이라는 물질이 콕스1 또는 콕스2의 효소에 의해 분해돼 염증과 통증을 발생시키게 된다. 엔세이드는 주로 콕스1 효소를 차단해 이 분해 물질을 줄여 통증을 완화시킨다.
이 때 엔세이드 알레르기 환자들은 콕스1 효소가 차단되면 록스 효소가 활성화된다. 록스 효소는 마치 3차선 도로에서 한 곳이 막히면 다른 쪽 길이 밀리듯 알레르기 반응 쪽으로 치우치게 되고 그 결과 두드러기, 얼굴 부종, 천식 증상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하게 된다. 많은 수의 엔세이드는 대부분 콕스1 효소를 차단하기 때문에 A씨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엔세이드에서 동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된다.
◇소염진통제 알레르기 있다면 알레르기 내과 방문해야
다행히도 콕스1이 아닌 콕스2를 차단하는 엔세이드가 있다. 이를 복용할 경우 록스 효소를 활성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도 없고 통증 분해 물질도 줄여줘 진통·해열 효과를 보이게 된다. 셀레콕시브가 이에 해당된다. 타이레놀도 다른 경로로 진통 효과를 내 알레르기 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는데, 다만 항염 작용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셀레콕시브나 타이레놀에도 록스 효소가 활성화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도 드물게 있어 꼭 알레르기내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약물 알레르기 증상으로 알레르기내과를 찾은 A씨는 진찰 결과 복용했던 진통제가 이부브로펜, 아세클로페낙, 덱시부프로펜 임을 알게 됐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알레르기로 진단됐다. 타이레놀은 진통제 효과는 있지만 소염효과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안전한 소염진통제가 있다는 희소식도 듣게 됐다. 이에 따라 A씨는 셀레콕시브를 병원에서 투약한 후 경과를 관찰한 결과 알레르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투약 가능한 진통제가 기입돼 있는 약물 안전카드도 발급받았다.
A씨와 마찬가지로 알레르기내과를 방문하면 자세한 병력 청취를 통해 반복되는 소염진통제 알레르기 병력에서 엔세이드 알레르기를 진단 받거나 애매한 경우 의사 감독 하에 직접 소염진통제를 복용해 엔세이드 알레르기 여부를 진단받게 된다.
알레르기내과에선 일반의약품이나 다양한 병원에서 흔히 처방돼 다시 알레르기가 재발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약품 안전카드를 발급하고 환자가 소지하고 다닐 수 있도록 권고한다.
이처럼 소염진통제 알레르기가 있다면 무작정 피하기보다 알레르기 내과에 내원해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안전하고 효과적인 진통제를 투약하면 통증과 염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