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라는 벌레가 있다. 농작물에 기생하며 잎과 줄기를 좀먹는 기생충으로, 환경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여 살아남고 그 크기 또한 매우 작아 초기발견이 어려워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응애와 가장 닮은 범죄를 꼽으라면, 바로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싶다.
보이스피싱은 목소리(voice)와 개인정보(private information), 그리고 낚시(fishing)의 합성어로, 전화나 문자를 이용해 상대방을 속여 개인정보를 빼돌려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범죄다.
어눌한 말투와 수법으로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던 보이스피싱은 사회적 이슈와 범국민적 요구에 교묘히 파고들어 막대한 피해를 남기는 우리 사회의 포식자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책으로 ‘재난지원금’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이를 미끼로 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등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대구에서만 681건(152억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고, 발생빈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달콤한 미끼를 던진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이용한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백신 예약 일자를 확인하라거나,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으라는 문자를 통해 접근해 개인정보나 금융 정보를 요구하고, 아예 해킹 프로그램이 설치되는 링크를 접속토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한번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되면 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사기범들은 정보를 제공 받는 즉시 피해자들 명의로 금융 서비스를 신청하고, 피해자가 보유하고 있는 은행자금을 모두 빼가기 때문이다.
대구 중부경찰서를 비롯한 대구 전역 경찰서에서는 보이스피싱 전담 수사팀과 상담 인력을 편성해 범죄 의심 신고 접수시 신고자와 상담하고 피해방지 및 범인 검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통신사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소셜 미디어 계정 등의 이용중지 제도 또한 시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범인 검거와 피해 회복에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초기 단계서부터 작은 관심을 가진다면 손쉽게 예방할 수 있는 범죄이기도 하다.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휴대전화 번호로부터 수신한 대출 안내문자나 백신 증명서 발급 링크, 문화상품권 구매를 부탁하는 자녀의 연락 등 범죄가 의심되는 즉시 경찰관과 상담을 하면 대부분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범죄로부터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모두의 작은 관심이 필요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