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반려인이 동네 동물병원에 가서 새로 입양한 반려견(강아지)에게 종합 백신을 맞혔다. 그런데 밤이 되자 반려견 얼굴이 부어올랐다.
근래 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을 봐도 사람에 따라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하고, 그런 것이 전혀 없기도 하다. 그런 것처럼 반려견 중에 같은 예방접종을 해도 부작용을 겪는 일도 있는데 그 아이가 그런 경우였다.
놀란 반려인이 접종해준 병원에 달려갔는데 늦은 밤이어서 문을 닫은 뒤였다. 수의사와 전화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불안해하던 반려인은 인근 대형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 병원에서는 반려견에게 각종 검사를 한 뒤, 치료를 해줬다. 그런 다음 청구한 금액이 무려 50여 만원에 달했다.
다음날 접종해준 병원을 찾은 반려인이 “이 병원에서 잘못한 것이니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수의사는 “예방접종 부작용은 간단한 처치로 안정시킬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바가지를 쓰고 왔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측은 현재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의사 역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 듯 백신을 공급한 제약회사에 항의하면서 일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반려견이 예방접종을 한 뒤 얼굴이 붓는, 그런 정도의 부작용은 흔하고 경미한 경우다. 조금 안정하면 곧 가라앉는다.
그러나 반려인이 그런 것을 알 수 없으니 동물병원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접종해준 동물병원이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동물병원에 가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주사 한두 대를 놓아주고 돌려보낸다. 치료비는 비싸야 몇만원 수준이다.
그런 상태의 반려견에게 혈액 검사, 엑스레이 등 온갖 검사를 한다는 것은 필자의 40년 수의사 생활을 돌아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사례를 통해 필자가 반려인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두 가지다.
먼저 반려견이 예방접종을 한 다음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이 무엇이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방접종은 해로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저항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이들을 죽이거나 약화해 반려견 몸에 넣어줘 항체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려견에 따라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은 잘 쉬게 하면서 설탕물만 먹여도 이내 부작용은 가라앉는다. 이런 사실을 반려인이 알고 있기만 해도 한밤중에 반려견을 안고 동물병원으로 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반려인에게 그런 수의학적 지식이 없는 것은 당연하니 수의사가 미리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이번에 사건을 겪은 수의사도 그런 점을 소홀히 한 책임만큼은 피하기 힘들 것 같다.
다음은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과잉 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부작용을 겪은 반려견을 치료한 대형 동물병원 수의사도 경미한 예방접종 부작용이라는 사실을 보는 순간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절대다수 수의사처럼 간단한 처치만 해주고 반려인을 안심 시켜 돌려보냈어야 한다.
무슨 큰 사태라도 벌어진 것처럼 각종 검사를 한다는 것은 과중한 진료비를 떠나 검사가 이뤄지는 동안 불안해하고 걱정했을 반려인을 생각한다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일부 동물병원에서 '대형화'를 꾀하면서 반려인이 더 나은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임대료, 인건비, 장비 리스비 등 커진 부담을 높게 책정한 진료비로 반려인에게 전가하는 경우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반려인에게 필자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은, 그렇다.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보는 눈을 넓히시라. 그래서 온갖 부작용에서 자신과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지켜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