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의 병원에 반려인 A씨가 왔다. 포메라니안 종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는 분이다. 5년 전 병원 인근 애견숍에서 아이들을 분양한 뒤, 건강 검진을 위해 처음 필자를 찾은 이후 예방접종부터 모든 질병 관리를 필자에게 맡기고 있다.
이날 A씨는 필자에게 “아이들 성대 수술을 해야할 것 같다”는 말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한 달 전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했다. 설렘과 기쁨도 잠시 고민이 시작했다. 아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짖는 것이었다. 예전 아파트에서의 순둥이들이 더는 아니었다. 말려도 그때뿐이었다.
A씨는 ‘자꾸 짖으면 큰일인데…’라고 우려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웃집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말로만 듣고, 남의 일처럼 여겼던, 이른바 ‘층견(犬)소음’이 자신의 문제가 됐다.
A씨는 가족 같은 반려견들과 그 아파트에서 함께 계속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짖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자칫 아이들과 생이별하거나 이사할 수밖에 없다.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이 짖는 소리의 세기는 90~100㏈(데시벨)에 달한다. 대표적인 ‘층간소음’인 청소기 작동(60~76㏈), 피아노 연주(80~90㏈) 등과 비교해도 더 시끄럽다. 더 큰 문제는 청소기나 피아노 소음은 사람이 내는 것이니 조심하면 되지만, 반려견이 짖는 것은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반려견이 못 짖게 하는 방법으로 ‘훈련’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반려견이 짖기 시작하면 바로 “쉿!”, “짖지 마!” 등 명령어로 억제한다. 명령을 잘 따르면 스킨십, 간식 등으로 칭찬해준다. 이때 반려견이 ‘명령에 잘 따른 덕에 보상을 받았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 ‘졸랐더니 뭐가 나오네’ 같은 그릇된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자칫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일부러 짖을 수 있다.
짖지 않는 훈련을 아무리 잘 시켜놓아도 반려인이 없을 때 반려견이 짖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게다가 반려인과 함께 있을 때는 초인종이 울려도 대범한 듯 짖지 않다가 반려인이 외출이라도 하면 불안해하며 밖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마구 짖는 반려견도 적잖다.
그래서 ‘짖음 방지기’를 선택하는 반려인도 있다. 약 30년 전 처음 등장한 짖음 방지기는 수요가 많아서인지 최근 여러 가지 짖음 방지 방식이 등장했다.
가장 흔한 것이 반려견이 짖을 때 성대 울림을 감지해 목에 전기적인 자극을 줘 멈추게 하는 제품이다. 사람의 ‘저주파 마사지기’를 생각하면 된다.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자극 정도를 조절할 수 있으나 반려견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이유로 ‘동물 학대’ 논란을 빚고 있다. 일부 반려동물 선진국에서는 이런 방식 제품을 아예 판매 금지했다.
그다음이 성대 수술, 즉 ‘성대 제거 수술’이다. 이 수술을 받은 다음에도 반려견은 짖을 수는 있다. 하지만 “멍멍”, “컹컹” 등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니라 “흐흐” 등 불완전한 소리를 내는 데 그친다. 짖어도 짖는 게 아닌 셈이다. 반려견이 짖어서 의사 표시를 한다고 할 때 하루아침에 이를 빼앗는 셈이다.
‘동물권’ 논쟁을 치열하게 빚는 사안이다. 그래도 동물보호론자 중 상당수는 이 수술을 무조건 비난하지 않는다. 그거라도 해주지 않으면 반려견과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인터넷 댓글 등을 보면 층견소음으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아파트 말고 단독주택에서 살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필자에게 부득이하게 성대 수술을 받은 반려견 중에는 경기 용인시 전원주택 단지에 사는 초대형견인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 아이도 있었다. 단독주택이라고 해도 반려견 짖는 소리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힘들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필자는 그날 A씨에게 권했다.
“새로운 환경이 낯설어서일 수 있다. 최대한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해줘라. 산책도 가능한 한 자주 나가 스트레스를 풀어주자. 이웃들도 일일이 찾아가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아이들이 짖는 것 같다’고 사정을 설명하면서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며 양해를 구해라”
한 마디 덧붙였다.
“현 상황에서는 성대 수술이 가장 좋은 해결책일 것이다. 동시에 제일 손쉬운 방법이다. 다른 노력을 먼저 해보자. 그래야 끝내 수술을 선택했을 때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덜 미안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