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된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를 하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되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된 아파트 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쌓여온 부정적인 여론이 이를 계기로 거세게 표출되었다.
이번 사태는 내부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가 어떻게 금전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지, 이러한 행위가 왜 규제되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삶의 터전이자 가계의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되었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에는 거주의 편의성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자산으로서의 가치, 즉 앞으로 기대되는 가격 상승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동산은 가계의 자산증식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거주의 편의성이 높은 부동산이 미래에 가격이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양자가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최근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다룬 기사를 살펴보면 직장 통근의 편의성을 고려해서 어떻게든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면서도 막상 내 집을 마련하고 나면 집값이 하락하여 손실을 보게 될까 염려하는 사례가 등장하곤 하는데, 이러한 사례는 부동산이 가계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인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미래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개발 계획이다. 앞으로 해당 지역에 편의시설이 확충되거나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된다면 거주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해당 지역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가격이 상승한다.
최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정차할 예정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대폭 상승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개발 계획이 추진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세 차익을 노린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되었던 문제이다.
다만 계획이 추진되는 단계에서는 개발 지역, 개발 시기, 개발 규모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동산 거래에는 큰 위험이 뒤따른다. 개발 계획이 진행됨에 따라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것은 그동안 수없이 관찰한 바이다.
그런데 개발 계획의 작성에 참여하고 있어서 이를 자세히 알고 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불확실성이 사라지므로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이는 주식시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주식시장에서도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실적 등 기업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큰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면, 주식시장에서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중대한 위법행위로 인식되어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관련해서는 이와 관련된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공공개발 및 토지수용 등과 관련하여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리나라에서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매우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법과 제도의 미비가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초래하였다고도 할 수 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이익은 매우 크지만, 현 제도에서는 이로 인해 받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처벌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해관계자 개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에 기대는 것은 너무나도 안이하다. 게다가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조직 내에 부정행위가 만연하게 되면 오히려 성실하게 근무하는 구성원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을 없애야 한다. 이는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는데,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에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줄이는 방안과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적발되었을 때 받는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다.
이 가운데 전자는 현실적으로 실현이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토지개발과 관련하여 공기업으로써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계획 수립 및 집행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설령 이미 거대한 조직이 되어버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분할 또는 해체하더라도 개발 계획이 수행되는 이상 이를 수립 또는 집행하는 조직은 반드시 남게 된다. 또한,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의 주택 수요가 매우 높은 환경 요인을 고려한다면 개발에 대한 수요 역시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에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단기간에 줄이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이미 부동산 시장의 혼란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자산의 격차가 커지고, 근로소득으로는 이를 메울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는 공기업 구성원들의 부정행위는 이미 흔들리고 있는 정책에 대한 신뢰를 더욱 악화시킨다. 따라서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해 유사한 사태를 방지하고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