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2020년 11~12월에 걸쳐 15세 이상 성인 남녀 1만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국인의 행복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의향 문항에 대해 국민의 60.1%가 있다, 24.6%가 없다, 15.2%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접종의향이 없는 국민 중 41.1%는 접종의 부작용 우려하였고 32.2%는 백신의 안전성을 의심하였다. 접종의향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국민의 55.4%도 접종 후 부작용, 30.8%는 백신의 안전성을 의심하였다.
백신 접종의향은 지역별로도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접종하겠다고 응답한 지역이 인천(76.9%), 강원(72.2%), 울산(69.6%)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경북(45.5%), 전북(45.2%), 대전(43.8%), 대구(36.9%)에서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의향이 낮은 지역에서 정부의 방역 활동 신뢰도나 만족도가 이외의 지역과 별 차이가 없음을 볼 때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방역 당국에 대한 불신보다는 백신의 부작용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백신 개발에 적어도 10년 이상이 소요되었던 과거를 생각할 때 전문가들조차 1년 만에 개발된 백신에 대한 초기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대응은 놀랍도록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백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공급 측면이라는 절반의 문제이다. 나머지 절반은 백신을 접종받고자 하는 국민의 수요이다. 공급과 수요가 잘 맞아야 백신 접종도 신속하게 이뤄지고 목표하는 시점에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백신의 부작용과 안전성에 대한 정보들을 알기 쉽고 신뢰감 있게 전달할 것인가이다. 이 지점에서 보건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는 사실과 합리성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을 펼치고 서로 확증해주면서 거짓 정보와 가짜뉴스 등이 더욱 많아졌다.
온라인의 소통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더욱 민주적이고 자유롭고 편견 없는 세상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의사소통이 더욱 활발해진 것이다.
백신은 과거부터 음모론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백신이 아이들의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소위 백신반대 운동가들의 오래된 구호이다.
오바마 집권 당시인 2014년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랜드 폴은 백신은 위험하다고 공공연히 주장하였으며 당시 도널드 트럼프가 ‘건강한 아이가 백신을 맞고 자폐증에 걸린다, 이런 사례가 너무도 많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려 아동 백신 접종을 저해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등의 단체가 음모론 등에 기반한 예방접종 거부가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급진적인 기독교 단체인 인터콥 선교회의 지도자는 코로나19는 계획된 음모이며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는 주장을 펼치다가 정작 자신들이 집단감염의 당사자가 되기도 하였다.
백신을 맞으면 DNA를 변형시킨다든지, 백신 임상실험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는데 제약회사의 수익을 위해 은폐하고 있다든지 등의 내용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에 얼마 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 및 방송심의를 통한 엄중한 조처와 더불어 신속한 팩트체크와 사실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카카오톡과 밴드 등 사적인 채널을 통한 소통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단속 및 일방적 사실 제공 위주의 대책은 아쉬운 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대책들은 접종의향이 없는 사람들을 1차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포럼의 디렉터인 앤써니 구치(Anthony Gooch)는 보건의사소통의 측면에서 볼 때 접종의향이 없는 사람들보다 접종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아울러 올바른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과학적 설득 과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이들은 전문가들도 초기에 의심했던 신속한 백신 개발에 대한 안전성 등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지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보건의사소통을 통해 충분히 의향을 높일 수 있다.
또 하나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보건의사소통을 위한 정부와 정책결정자들의 공감 능력이다. 보건의사소통은 일방적인 홍보나 교육이 아니다. 공감을 바탕으로 한 신뢰 구축의 과정이다.
현재 시시각각 전해지는 해외의 백신접종 관련 소식과 정부의 백신 관련 정책 등은 일반 국민이 접종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정보 과잉 상황인 것을 정부와 정책결정자들은 먼저 인정할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는 절반의 사실을 포함한 경우가 많아 때론 전문가도 팩트체크가 쉽지 않다. 또한 가짜뉴스를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럴만한 이전의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방적인 자료 제공이나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식의 비난은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접종의향을 갖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우선 백신접종을 망설이는 국민들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어떤 점으로 인해 망설이게 되는지, 어떤 점을 궁금해하고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지점들에 대해서 정부는 매우 솔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되, 신속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백신 접종의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정부 및 방역당국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가와 관련 학회 등이 함께 이런 역할을 감당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백신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공급도 정부가 고민을 거듭해야 할 부분이지만 국민들의 백신 접종 수요를 높이는 것도 못지않게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