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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밤 문화와 경제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2.15 17:28 수정 2021.02.15 17:28

김 휘 태
전 안동시 풍천면장

최근 코로나19 영업제한을 밤 9시에서 10시로 1시간 연장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웃고 우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데, 십여 년 전에 다녀온 호주, 뉴질랜드와 유럽 등 밤 문화가 없는 지역은 저녁이면 모두 집으로 들어가 시내가 조용하다는 현지가이드 이야기를 듣고, 참 이상한 나라도 다 있구나 생각했다.
집도 번화가나 도로변 보다 한적한 골목 안에 있는 집이 더 비싼데, 그 이유는 사생활이 그만큼 보호된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상대적인 문화의 차이를 실감나게 느꼈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이니까 그렇게 다른 문화와 경제를 가지고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밤 문화가 발달하여 자영업 대부분이 밤에 영업을 해야 하므로, 골든타임 1시간이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정부에서도 잘 알고 있지만 방역이 제대로 되어야 경제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고육지책의 영업제한을 이해 하지만, 그에 따른 영세상인들의 손실보상은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새마을운동과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한민국 사회는 전통적인 품앗이와 돈내기 등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바람 나게 일하고 놀며 음주가무를 즐겼다. 직장생활도 술 잘 먹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며 은근히 부추기는 풍조도 있었다. 전문적인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음주가무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여 탁월한 업무성과를 거두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 라고하며,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명언이 유행하였던 것이다.
특히 역사적인 담판이나 남녀인연 같은 걸작을 지칭하는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명언은 뜻 깊은 밤 문화를 상징하는 백미였다.
또한 고도로 발달한 산업화과정에서 한국의 밤 문화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며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영화나 음악 같은 오락부터 음주가무까지 다양한 서비스업이 불야성을 이루어 때로는 풍기문란도 야기되는 풍요로운 자본주의 세상을 누려온 것이다.
유교적으로도 밤중에 제사를 지내던 풍습과, 민속도 밤새워 윷놀이 하고 화투도 치고 음주가무를 즐기며 정월대보름과 팔월한가위에는 둥근달을 쳐다보며 쥐불놀이와 강강술래도 해왔다. 전통적인 관혼상제도 집안친척들이 모여서 며칠 동안 밤새도록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으며, 평소에도 청춘남녀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달빛과 별빛 강변에서 연가를 부르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산업과 전통문화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5천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들끓는 에너지를 발산하여 세계10대 경제대국을 창조하였다. 세계적으로 밤중까지 학원가고 자습하는 학생들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는 몰라도 주경야독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탄탄대로이다. 당신은 잠들어도 우리는 깨어있다는 대한민국의 밤 문화가 살아있는 한, 뉴노멀시대 포스트 코로나의 횃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지구가 자전하는 하루 24시간의 절반은 어두운 밤이다. 나머지 12시간 낮에만 세상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계가 취약한 밤이 경쟁자를 물리칠 절호의 기회이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동물의 왕국도 밤을 지배하는 자가 숲을 지배한다. 사자나 호랑이는 어둠속에서 효과적으로 사냥을 한다. 삼국지나 손자병법도 전략적으로 취약시간에 공격을 해야 적을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4차 산업혁명시대는 사시사철 주야시간대가 따로 없는 365일 24시간 활동사회가 되었다. 워라밸 생활은 밤 문화를 더욱 향기롭게 꽃피울 것이다. 국민들의 행복을 가꾸어나갈 300만 영세사업자와 1,250만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는 경기회복과 코로나손실 기본소득 지원정책을 기대한다. 그리고 88올림픽 이후 사각지대에 묻혀있는 공창제도와 보신탕 공중위생 문제도 풀어나가자. 어느 나라나 특별한 문화가 존재한다.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서 문화의 특성과 제도적인 틀에서 공익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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