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출제기관이 수능 출제 오류를 범했다. 이후 사태를 수습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①사과만 한다 ②사과하고 어물쩍 넘어간다 ③사과하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진다. 정답은 뻔하다. 누구도 토를 달 여지가 없다.지난해 11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와 '물리Ⅱ' 영역에서 2개 문항의 출제 오류가 발생한 후 지금까지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움직임을 따라가 보면 ②번이 정답 같다. 평가원은 지난해 11월 말 기자 브리핑을 열고 "수능 책임소재는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채점을 제대로 해 수험생에게 정확하게 통보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채점이 끝난 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평가원은 "계속 검토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발을 뺐다.실수를 책임지는 것. 기본이자 원칙이다. 평가원 역시 이번 일과 관련, 공식석상에서 "명백한 출제 오류"라며 두 번이나 사과했다. 하지만 아직은 '말로만 사과'다. 수능 출제 오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누리꾼들은 관련 기사에 "무슨 매년 출제 오류냐, 실수도 한두 번이지 매년 오류는 실력이다"(1317****), "어떻게 출제자가 매년 바뀌는데 똑같이 오류가 나는지…"(darc****)라는 댓글을 달며 분통을 터뜨렸다. 포인트는 책임지는 모습. 수능 출제 오류가 발생했던 2004학년도, 2008학년도, 2015학년도 수능 직후 당시 평가원장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했다.이번 김영수 평가원장의 자세는 이전 평가원장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수능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나 해가 바뀌었는데도 출제 오류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선 이 때문에 "김 원장이 최순실 뒤에 숨었다"고 꼬집는다. 정국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는 지적이다.김 원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교육 세미나'에서 '대한민국 미래 교육과정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예정된 일정이자, 국회에 대한 예의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수능출제 오류로 발을 동동 굴렀을 수험생과 학부형의 시선으로 본다면 '발등의 오류'도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미래 교육'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몹시 아이러니하다. '최순실 등 뒤에 김영수 평가원장이 숨었다'는 세간의 비아냥은 쉽게 사그러들 것 같지 않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