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6월 25일 밤,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TV와 라디오로 몰렸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한국 복싱 사상 최초로 김기수(1941~1997)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미들급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경기의 중계방송을 듣거나 보기 위해서였다. 김기수의 도전 상대는 이탈리아 출신의 챔피언 니노 벤베누티(78)였다. 3분씩 15라운드로 진행된 이날 경기는 판정으로 승부가 갈렸다. 심판 판정 1대 1인에서 세 번째 심판의 점수가 불렸다. “벤베누티 68, 김기수 74…” “이겼다!”김기수의 점수 끝자리는 관중들의 환호성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전국 곳곳의 라디오와 TV 앞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함성을 터뜨렸다. 김기수가 한국 최초로 세계챔피언에 오른 50년 전 1966년의 한여름 밤의 풍경이다.한국의 1966년은 여느 해 못지않게 많은 일이 있었다. 김기수의 환희 이야기 외에도 동서냉전의 대립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굳건희 한 가운데 최초로 두 자릿수 경제성장이 있었다. 또 많은 군인과 기술자가 베트남으로 향했다. 국내 곳곳에서는 건설의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고 베이비붐 세대가 초등학교 교실을 가득 메웠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1966년 한국의 사회상을 담은 전시를 마련했다. ‘일하는 해 1966’이라는 제목으로 19일부터 8월28일까지 3층 기획전시실에 50년 전 한국의 사회상 관련 자료 600여 점을 선보인다.전시장에 들어서면 김기수와 벤베누티의 경기 장면을 6분49초짜리로 편집해 금성TV로 보여준다. 금성TV 밑에는 김기수가 사용했던 글러브와 WBA 세계 챔피언 벨트·트로피가 놓여있다.1966년 박정희(1917~1979) 대통령의 연두교서, KIST 설립 관련 자료, 브라운 각서, 한일기본관계 조약, 내무부 치안국에서 발행한 반공 포스터 등도 만날 수 있다. 백마부대(보병 9사단)가 베트남 파병 당시 사용한 부대기, 1966년 보건사회부가 제작한 가족계획 홍보 포스터, 계간 문예 사회비평지 ‘창작과 비평’ 창간호, 1967년 개봉된 신동헌 감독의 애니메이션 ‘호피와 차돌 바위 포스터도 있다.여름방학을 맞아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오는 27일 낮 12시10분 1960년대 대중가요로 꾸민 ‘응답하라! 1966’ 공연을 펼친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는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특별전 투어’가 진행된다.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는 1966년 한국의 사회상을 통해 50년 전 한국 사람들이 경험한 도전과 환희, 일하고자 했던 열정, 그 속에서의 시련과 희망을 그려보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김용직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1966년은 ‘일하는 해’라는 기치 아래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했던 해”라며 “50년 전 한국인의 삶을 경험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