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둥지를 찾던 이대호(35)가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 복귀를 결심했다. 단순히 돈 때문만이 아니었다.롯데의 지극정성 때문이다.롯데는 24일 이대호와 계약기간 4년, 총액 15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시 FA가 된 이대호가 롯데와 계약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 이대호를 1루수 플래툰 자원으로 보고 관심을 보일만한 구단이 있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이대호의 거취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본인이 "출전 기회를 가장 중시할 것"이라고 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뛸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 한신 타이거스가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다.올 겨울 전력 누수가 심했던 롯데에 이대호는 놓칠 수 없는 카드였다.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개인사를 이유로 이탈한 가운데 FA 황재균까지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겠다고 제안을 고사한 상황이었다. 롯데는 이대호를 꾸준히 예의주시했다. 이번 겨울도 마찬가지였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해외에 나가있을 때에도 언제든지 롯데로 돌아올 선수라 생각해 예의주시했다. 이번 비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말만 하고 지켜본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살펴봤다"며 "이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꾸준히 이대호의 움직임을 살피던 롯데는 지난 주부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이 단장은 사이판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이대호를 만나기 위해 직접 사이판으로 떠났다. 지난 18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등 사이판에 머물면서 이대호를 설득했다.이 단장은 "사이판에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직접 사이판으로 간 것에 고마워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나이가 적지 않은 이대호도 고향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정상급 타자로 활약하고,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이대호에게 고향팀에서의 우승이라는 꿈이 남아있었다.이대호는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구단을 통해 "미국에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또 꿈을 이뤘다. 롯데로 돌아와 팀 동료, 후배들과 함께 우승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었고, 꼭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이 단장은 "이대호 본인도 롯데에서 우승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선수와 구단의 뜻이 통했고,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고 말했다. 롯데를 넘어 부산을 상징하는 스타를 잡기 위해 모기업도 아낌없이 돈을 풀었다.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뒤숭숭한 상황에서도 모기업이 이대호를 잡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150억원은 역대 FA 최고액이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최형우가 지난해 11월24일 계약하면서 받은 종전 최고액 100억원을 50억원이나 뛰어넘었다.지극정성을 보여 국내 최고의 타자로 손꼽히는 이대호를 잡은 롯데는 단숨에 5강을 노려볼만한 타선을 구축하게 됐다. 한국에서 11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2006년 타격 3관왕을 차지하고,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에 9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했다.일본에서 뛰는 4년 동안 타율 0.293 98홈런 348타점을 기록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타율 0.253(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 33득점의 성적을 낸 이대호의 합류는 롯데 타선의 무게감을 단숨에 올려준다.이대호는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선수들을 이끌어줄 베테랑이기도 하다.이 단장은 "이대호가 이전에 롯데에 있을 때도 리더십을 보여줬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팀 분위기를 활기차게,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동시에 떠나가는 팬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카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100만 관중을 달성하고 관중 동원 1위를 달린 롯데는 2013년 77만731명으로 관중수가 뚝 떨어졌고, 2014년(83만820명)과 2015년(80만962명) 90만 관중도 넘기지 못했다. 올해에도 롯데는 85만2639명의 관중이 입장하는데 그쳤다.이대호의 복귀로 인해 사직구장으로 향하는 팬들이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