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반 고을은 안동이다. 안동하면 집성촌 하회마을부터 병산서원 만대루,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 안동 도산서원 농운정사의 멋이 그득한 공간인 서원 등이다. 서원을 교육기관으로 보면, 그 시원은 고구려 교육기관인 경당이다. 이 같은 경당이 발전하여, 서원 등으로 오늘날의 도산서원 등이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건축양식도 발전하여, 지금의 모습을 가졌다. 그러나 목재이기에 풍우에 취약한 점이 있었다. 보존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건재한 것들이 안동시를 중심으로 수두룩하다.
문화재청은 병산서원 만대루,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 안동 도산서원 농운정사를 국가지정 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안동시는 지난 2018년부터 시·도 지정문화재(유형문화재, 민속문화재, 기념물) 및 문화재자료 370여 건의 문화재에 대해 전문가 사전 검토를 거쳤다. 이에 따라 대상 문화재를 선정했다. 문화재청과 안동시가 공동으로 지정 가치 자료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중앙정부와 협업했다. 보물 지정을 추진하여, 2019년 ‘안동 청원루’, ‘안동 체화정’ 보물 지정에 이어, 올해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 ‘안동 도산서원 농운정사’ 보물 지정이 예고됐다.
‘병산서원 만대루’는 조선 중기 대표 문신·학자인 류성룡과 류진을 모신 병산서원의 누각 건물이다. 유생들이 유식하고 주변 산천의 풍광을 보는, 시회 공간이다. 정면 7칸, 측면 2칸의 압도적인 규모에 팔작지붕이다. 전체가 개방됐다. 다른 곳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외관을 가졌다. 만대루는 서원 누각이 가져야 하는 기능을 잘 유지했다. 경관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조경 기법을 잘 살렸다. 인공적 조작과 장식을 억제했다. 건축의 기본에 충실한 성리학적 건축관을 잘 보여주는 우리나라 서원 누각의 대표작이자, 병산서원 건축의 백미이다.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은 조선 성리학의 큰 학맥을 이룬 퇴계 이황이 말년 10년을 보낸 곳이다. 1561년(명종 16)에 건립 된 이후 철저한 보존관리 방침과 보수 절차에 따라 관리됐다. 건립 후 약 460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다. 퇴계 건축관이 반영된 초기 형태의 서당이다. 16세기 건축형식과 독자적인 특성을 잘 드러냈다. 서당건축의 초기적인 형태인 3칸 구성이지만, 좌실우당(左室右堂)형의 보기 드문 평면으로 최소한의 공간에 주칸(기둥과 기둥 사이)의 너비를 다르게 하거나 퇴칸(집채의 원래 칸살 밖에 붙였다. 딴 기둥을 세워 만든 칸살)을 활용하는 등의 변형을 통해 효용성을 높였다.
‘안동 도산서원 농운정사’는 퇴계 이황이 도산서당에 인접해서 제자들이 기거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퇴계가 직접 설계했다. 정면 4칸, 측면 3칸 규모의 민도리식(첨차나 익공 등의 공포부재를 사용하지 않고 출목도 없는 결구법) 맞배지붕으로 ‘공’(工)자형 평면이다. 일반적으로 공(工)자형 건물은 풍수지리 양택론에서 금기로 여겼다. 때문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평면 형태로 기존의 다른 서원 건물에서는 볼 수 없다. 농운정사의 창호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설치했다. 높이와 크기를 조절해, 서로 다르게 구성한 점은 실내에서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유교문화의 건축적 표현 및 건축 이력이 기록물로 남아 있는 등 가치와 특징들이 인정된 건축물이다. 건축사 연구에 있어서 귀중한 자료이다.
문화재청과 안동시는 지난 6일부터 30일간의 문화재 지정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최종 지정한다.
안동시 관계자는 우수한 전통과 문화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문화재 사랑은 나라사랑과 같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되기 전·후에도, 풍우와 화재에 취약한, 목재문화재 보존에 안동시는 행정력을 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