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23·구미시)씨는 오늘도 섹소폰을 손질한다.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곧장 달려가기 위해서다. 색소폰 연주로 장애우들과 그 부모들에게 꿈과 용기를 준다. 그는 자폐성 발달장애 3급이다.도전한국인운동본부(본부장 조영관)는 지난 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6 대한민국 최고기록인증' 행사에서 김씨를 올해의 인증자로 선정했다.도전한국인본부는 7전8기의 도전정신을 갖자는 취지에서 매년 7월8일을 '도전의 날'로 선포하고 수상자를 선정해 인증서를 수여한다."두 돌이 지나도록 말을 못했어요. 종종 혼자서 집 밖으로 나가면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할 수 없이 5살 때까지 업고 다녔어요. 그래도 '곧 나아지겠지'라는 마음이 컸어요. 결코 아들의 장애를 인정할 수 없었어요." 승우씨의 어머니 이인옥(53)씨는 아들이 생후 24개월때 병원측으로부터 '자폐'라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인 건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더 흐른 뒤였다. 승우씨가 6살이 돼서야 장애인복지카드를 신청했다.특수학교 유치원과 일반학교(구미 선주중·고등학교) 특수학급을 거치며 승우씨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이라고 판단했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이 심해질수록 아들의 위축감도 커져 갔다.이씨는 자신감 회복을 위해 아들을 학교 인근 음악학원에 보냈다. 무슨 악기를 가르치는 학원이든 상관없었다. 거리가 우선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승우씨와 섹소폰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전국 장애대학생 음악콩굴, 전국 색소폰 앙상불 경연대회 등 크고 작은 공연과 재능봉사를 통해 실력도 부쩍 늘었다.같은 처지의 장애우들이 있는 대구 대성병원에서도 연주했다. 자신감도 점차 회복됐다.드디어 전 세계 장애인 음악축제인 '평창 뮤직 페스티벌'에서 두각을 보이며 연주가로서의 자질을 보였다.2014년 1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본부 초청 '세계 장애인의 날' 행사에도 참석했다. 4박5일간 진행된 행사에서 독주와 합주 등 그의 연주는 세계 각국의 장애인과 현지 교민들에게 진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지난해 구미역의 역장님을 찾아갔어요. 아들이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도움을 청했어요."어머니 이씨의 소망은 이뤄졌다. 그 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구미역의 임영운 부역장과 함께 '희망 드림' 문화공연을 하며 섹소폰을 함께 불었다. 그 해 7월부터는 연말까지 주1회 구미역 광장에서 승우씨 홀로 색소폰을 연주했다.흘러간 팝송부터 트롯트와 가요 등 연주 쟝르는 다양하다. 구미역 이용객들의 반응도 좋았다.승우씨의 성장에는 구미대학교 평생교육원장인 이두기 교수의 힘이 컸다. 이씨가 힘들어 할 때마다 정신적 멘토가 됐다. 이 교수와 상의한 끝에 구미대 웰빙식품학과에 진학했다. 지난해 구미대를 졸업한 승우씨는 현재 장애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이씨는 그동안 자폐 아들을 돌보는데 전념하느라 경제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공인중개사 남편 김정태(55)씨의 수입만으로 승우씨를 돌보고 가정을 꾸려야 했다. 살림은 빠듯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올해 초 구미시 공원관리인으로 취업했다. 하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올 10월이면 계약기간이 끝나 이마저도 그만둬야 한다. "관객이 아니라 재능을 나눠줄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이씨는 "승우가 홀로서기에 성공해 당당한 사회인이 되는게 꿈"이라며 미소를 지었다.구미/김기환 기자 khkim51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