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최근 김형오 전 의장이 쓴 책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21세기북스) 300여 권을 구입, 여야 모든 국회의원과 국회 간부들에게 기증했다. 최순실 사태로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안개의 정국에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또 답하는 이 책이 시공을 초월해 우리 사회 지도층에게 각성제 겸 화살표 역할을 해주리라는 기대를 담은 선물이다. 이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감사의 뜻으로 26일 국회를 방문, 우윤근 사무총장에게 이웃 돕기 성금 100만 원을 전달했다. 이 기부금은 책 구입으로 발생한 인세에 김 전 의장의 성금을 보태어 마련됐다. 그는 우윤근 총장에게 “국회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전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18대 상반기 국회의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도 자신이 쓴 두 권의 책(길 위에서 띄운 희망 편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아름다운 나라) 인세 전액을 어린이재단과 본오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해 결식아동과 다문화 가정 청소년을 위해 쓴 적이 있다.그는 또 의장 재임 시절 다문화 가정주부 세 명을 국회 환경미화원으로 채용했는가 하면, 연말마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국회로 초청해 ‘일일 산타’가 되어 선물과 함께 희망을 나누어 주었다. 2012년 출간되자마자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38쇄를 거듭한 ‘술탄과 황제’의 전면 개정판인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는, 초판보다 더 깊고 풍부해졌다는 호평 속에 발간한 지 두 달도 안 돼 9쇄를 찍었다고 한다. 현역 시절 여와 야로 정치적 입장이 갈렸던 두 전·현직 국회의장이 서로 책을 사 주고, 또 그 책의 인세를 기부한 사례는 진영 논리에 매몰된 작금의 정치권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서울=김봉기 기자 kbg1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