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혁명을 언급하는 등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가 중도 쪽으로 지지세 확장을 꾀하려 한다면 온건 발언을 내놓아야 할텐데 오히려 그의 스탠스는 선명 야당에 가까운 강성 쪽이다.문 전 대표는 17일 울산에서 열린 '시민대회'에 참석해 "새로운 세상은 정치인에게만 맡겨서 가능할 수 없다"며 "이번에는 시민혁명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그는 전날 한 언론 인터뷰에선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결정하면 어쩌나'라는 질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도 했다.또 문 전 대표는 18일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를 감상한 후에는 "판도라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아예 치워 버려야 한다"며 원전 폐기론까지 제기했다.앞서 촛불시위에 참석해서는 "거대한 가짜 보수 정치세력을 횃불로 모두 불태워버리자", "박근혜 대통령이든 최씨 일가든 부당하게 모은 것 모두 몰수하자"고 언급했고 "사드 배치 문제나 역사교과서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 배후에 최순실이 작용했겠구나"고 말하는 등 잇달아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시민혁명을 운운한 것은 헌재의 기각 결정 시 군중의 힘으로 다른 사회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선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사드 문제 연기나 원전 폐쇄 등은 보수층은 물론이고 일부 중도 성향 계층에도 환영받기 힘든 발언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표가 야성(野性)은 연일 강조하고 있는 데에는 역시 촛불시위를 거치며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집토끼 지키기 차원이란 분석이다. 일단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승리부터 확실히 다져놓자는 의미에서다. 또 호남지역 지지세 회복이 더딘 점 역시 이 같은 강경 발언의 이유로 꼽힌다.대세론이 위력을 발휘했던 당시 문 전 대표는 오히려 강경 발언을 자제하면서 중도층, 나아가 온건 보수층까지 껴안으려는 시도를 했다. 촛불시위 초반만 해도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나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하지만 박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자신의 지지율은 20% 초반에서 박스권을 형성한 반면 이 시장은 촛불시위 수혜자가 되면서 급상승했다. 또 멀찌감치 따돌려야 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자신과 오차범위 안팎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문 전 대표는 특히 호남민심의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 야권의 심장부인데도 이곳에서 자신의 지지율은 생각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만일 호남민심이 문 전 대표 대신 이 시장을 선택할 경우 치명적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때문에 문 전 대표는 야권 지지층을 잡기 위해 놓칠 수 없는 호남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반여(反與) 행보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이같은 강경 발언이 집토끼 잡기에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본선 경쟁력에는 아무래도 긍정적 영향을 주기 어렵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차후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일단 야권의 가장 유력한 주자로 다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게 우선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기가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면 문 전 대표의 이같은 강경 발언은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