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청구하며 제시한 13가지 법률 위반 조항에 대해 모두 샅샅이 살핀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내년 대선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12일 "당사자가 중요하다고 하는 부분을 심리를 안 할 수 없다."며 "헌재는 위반 사항 등 쟁점을 다 심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변론과정에서 당사자가 다투는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 등 쟁점을 모두 심사하겠다는 것이다.애초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 소추사실 가운데 명백한 부분만 우선 추려 심리를 진행할 경우 이르면 2개월, 늦어도 4개월 내 탄핵 여부를 결정짓는 게 가능하지 않냐는 전망이 있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궐위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는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5~6월에 '벚꽃 대선'을 치른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헌재의 발표대로 모든 쟁점에 대한 심리를 거친다면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내년 1월31일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 전은 물론 3월13일 예정인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까지도 결론이 안 나올 수 있다.여기에 최장 180일이라는 헌재 심리 시한을 채울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이를 넘길 수도 있다. 180일을 다 채울 경우 6월 초에 헌재의 결정이 난다는 것이고, 탄핵이 인용된다고 가정한다면 8월 초에 대선이 열린다. 그러나 180일이라는 헌재 심리 시한이 권고규정이라는 점에서 내년 6월을 넘어, 7~8월 또는 9월 이후에 결론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9월에 탄핵안이 인용되면 대선은 9~11월 치러진다. 가을대선이 되는 것이다. 만약 내년 10월에 헌재에서 결론이 날 경우 예정대로 12월에 대선이 치러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헌재는 '탄핵은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서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 위반 조항이 너무 많은데다가 자료도 방대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심리 결과가 일찍 나오도록 증거자료를 제출하거나 증인 출석 요구에 제대로 응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빠른 결론이 나오지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정치권은 조속한 탄핵 심리를 촉구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2일 "헌재는 신속하게 집중심리를 통해 헌정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헌재를 압박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역시 13일 "대통령의 탄핵은 빨리 종결돼야 한다. (탄핵 심판) 그 자체가 불안정성 해소를 위해 조속히 종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대선 시기의 유동성이 커짐에 따라 여야 대선주자의 행보도 달라질 전망이다. 처음에는 조기 대선, 빠르면 4월 대선까지 감안하고 싱크탱크와 공약을 점검하는 등 대선 준비를 서두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헌재의 발표에 따라 대선을 향한 호흡을 좀 길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선이 미뤄질수록 개헌 논의가 더 활발해질 여지도 많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개헌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고, 애초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이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대선 지연 가능성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대선 시점에 대한 변수가 늘어나면서 향후 각 캠프에서는 일단 단기전을 염두에 두면서도 조기 대선이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까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각 캠프는 가을대선, 또는 초겨울 대선까지도 생각해 여러모로 계획 수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