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한날 한시에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강행에 돌입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핵심 과제였던 성과연봉제의 추진은 힘을 잃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주문이 이어지자 민간 금융기관인 시중은행들도 금융 공공기관과 같은 방식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나섰다. 12일 금융권과 금융노조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은행은 이날 일제히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은행들이 동시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건 노사 갈등이 불거질 이슈를 먼저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의 미래를 위해 성과연봉제를 함께 도입하자는 공감대가 행장들 사이에서 형성됐다"고 말했다.은행들이 돌발적인 단체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금융위원회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금융노조는 은행들이 이사회를 개최한 직후 성명서를 통해 "지난 9일 금융위로부터 오늘(12일) 이사회 의결을 무조건 강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워낙 강하니 '우리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는 것을 당국에 보여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1일에도 "금융권의 성과 중심 문화 확산을 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들은 압박했다.은행연합회는 앞서 7월 '민간 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영업 실적 등의 성과에 따라 동일 직급 내 연봉 차등 폭을 최대 40%까지 벌리는 내용이 담겼다. 개별 은행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성과연봉제 체계를 짤 전망이다.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를 유발한다며 절대 수용 불가하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과도한 성과 경쟁이 벌어질 경우 직원들이 받는 실적 압박이 커져 불완전판매가 늘어난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성과연봉제로 은행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이처럼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는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할 정도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당장 은행들이 이사회를 개최한 12일 당일부터 갈등은 격화했다. 이날 금융노조 국민은행·NH농협 지부의 노조원들은 행장실을 점거하고 이사회의 논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노사 갈등과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시중은행에 당장 성과연봉제가 도입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금융노조는 앞서 같은 방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무효확인 소송 등을 제기한 상태다. 이미 9월23일에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던 금융노조가 2차 총파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금융노조 관계자는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