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실시되는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증인으로 채택된 9개 그룹 총수들을 불러놓고, 과거처럼 호통치고 면박 주는 모습만 연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재계 안팎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계 등에서는 이제 국회가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나 구체적 내용을 토대로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진실에 접근하는 국정조사를 하는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즉 선진적인 청문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총수들은 세계적 기업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인 만큼 근거없는 내용으로 몰아 부치기만 하는 저급한 행태를 벌이지 말고, 그에 합당한 대우와 예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정조사가 자칫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고 나아가 이들 기업의 대외 신인도 하락을 초래하는 자리로 변질돼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9대그룹 총수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 등도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이들 총수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금 출연문제, 사면과 면세점 선정,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과 관련한 사안을 놓고, 정치권, 특히 야당 의원들로부터 추궁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총수들과 그룹들은 그동안 주요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국정조사 준비에 전념해왔다. 때문에 삼성 등 일부 그룹의 경우 정기인사를 연기하는 것은 물론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도 상당한 차질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청문회에는 대한민국을 혼돈으로 몰아 넣은 국정농단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전 국민은 물론 해외서도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계는 이 때문에 청문회가 이전처럼 정치인들의 막무가내식 질의와 호통, 면박주기가 난무하는 자리로 변질되지 않을까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즉 의원들이 구체적 사실에 입각한 질의와 답변 요구 보다는 '카더라'식의 설만을 바탕으로 자신의 대외 이미지만 노리는 행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의원들 서로간 선명성 경쟁에 치우쳐 객관적 팩트가 약한 내용을 토대로 '쇼맨십'을 발휘하는 자리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도 의원들은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앉혀 놓고 답변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자신들 주장만 늘어놓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처럼 후진적 행태의 청문회는 진실을 규명하기보다는 의원들의 포퓰리즘적 정치 이미지 형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 정치 혐오증과 반기업 정서만 고조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낳아온 것이 사실이다. 외신들도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안팎으로 유례없는 총수들의 청문회 대규모 출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재계 총수들의 청문회 참석이 경제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국회가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하지 말고 정확하고 구체적 내용을 토대로 질의하고, 증인들의 답변과 입장을 충분히 경청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재계 총수들도 청문회에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의원들의 질의에 정확하고 솔직한 답변을 할 필요가 있다. A그룹 관계자는 "몰아세우고 면박 주기식 질의만 하는 청문회가 진행될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대외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경영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며 "국회가 품위가 품격을 지켜가면서 청문회를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난 10월 국감에서 나타났듯이 의원들의 증인에 대한 모욕 및 부적절한 질문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며 "이번 국조특위는 그 목적에 맞게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에 본질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소환된 재계인사들에 대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사건과 무관한 면박주기용 청문회로 진행 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