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길이남을 첫 슈퍼매치 결승전의 주인공은 수원 삼성이었다. 수원이 6년 만에 FA컵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수원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FC서울에 연장전까지 1-2로 패한 뒤 승부차기에서 10-9로 이겼다. 1,2차전 합계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수원은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수원이 정상을 밟은 것은 2010년 FA컵 이후 6년 만이다. 2013년 부임한 서정원 감독은 사령탑 데뷔 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이번 우승으로 수원은 내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에도 성공했다. FA컵 통산 우승은 4회로 늘어났다. K리그 클래식 챔피언인 서울은 2관왕과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데얀이 경고 누적으로 빠진 서울은 아드리아노와 박주영을 중심으로 공격진을 꾸렸다. 유현의 징계로 공백이 생긴 골문은 유상훈이 지켰다. 수원은 1차전과 똑같은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조나탄이 최전방에 서고 염기훈과 이상호가 측면에서 지원했다. 수원이 먼저 기회를 잡았다. 전반 15분 조나탄이 돌아서는 동작에서 김남춘을 제치며 골키퍼와 마주했다. 조나탄은 골키퍼 다리 사이로 슛을 날렸지만 유상훈이 침착하게 막아냈다. 수원의 공세에 고전하던 서울은 전반 25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하지만 키커로 나선 박주영의 슛은 수비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수원은 왼쪽 측면을 활용해 기회를 엿봤다. 전반 28분에는 홍철-염기훈-권창훈이 왼쪽 측면을 무너뜨리면서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전반 31분에는 오프 사이드 트랩을 뚫은 이상호가 골키퍼와 맞섰지만 트래핑 실수로 기회를 날렸다.전반 36분 변수가 등장했다. 수원 수비수 이정수가 박주영과 헤딩 경합을 벌이던 중 손을 사용해 옐로카드를 받은 것. 앞서 한 차례 경고가 있었던 이정수는 경고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서울의 수적 우위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42분 다카하기가 태클을 시도하다가 두 번째 경고로 퇴장 당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던 경기의 균형은 후반 10분 깨졌다. 조나탄이 땅볼 크로스를 받아 기습적인 터닝슛으로 연결했다. 유상훈이 손을 뻗었지만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치우를 부상으로 잃은 서울은 주세종을 넣어 허리를 강화했다. 후반 18분에는 수비수 김남춘 대신 미드필더 이석현을 투입했다. 수원은 권창훈을 빼고 수비수 곽광선을 넣어 지키기에 나섰다. 서울은 후반 25분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박주영의 프리킥이 골대를 때렸다. 서울이 고대하던 동점골은 후반 29분에 나왔다. 역습 과정에서 박주영이 찔러준 공을 달려들던 아드리아노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한 골이 더 필요한 서울은 공격에 더욱 힘을 쏟았다. 그러나 골과는 쉽게 연이 닿지 않았다. 후반 34분 박주영의 오른발 슛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서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기적을 연출했다. 코너킥을 받은 박주영이 재빨리 중앙으로 내준 공을 교체 투입된 윤승원이 머리로 받아넣었다. 황선홍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합계 3-3 무승부가 되면서 규정에 따라 연장전이 시작됐다. 두 팀은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실점을 막는데 주력했다. 연장 후반 서울 조찬호와 윤승원의 슛 외에는 결정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결국 양 팀은 '11m 룰렛'이라고 불리는 승부차기에 운명을 맡겼다. 두 팀 모두 9번째 키커까지 실수없이 마무리를 지었다.필드 플레이어는 이제 남지 않은 상황. 골키퍼들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서울 유상훈의 킥은 허공으로 향한 반면 수원 양형모의 슛은 골대를 통과했다. 수원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이었다.뉴시스